올림푸스 '신화' 방일석 구속  
▲ 13년 동안 디카 성공 신화를 쓴 방일석 전 올림푸스 대표가 2일 3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구속됐다. <뉴시스>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없다. 방일석 전 올림푸스 대표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해임된 데 이어 검찰에 구속됐다. 13년 올림푸스 신화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장영섭)는 3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방일석 전 대표를 2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방 전 대표는 2007년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올림푸스타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시공사에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광고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또 임직원들에게 실제 급여보다 많은 돈을 지급하거나 유령임원을 등록해 매달 수 백 만원의 임금도 가로챘다. 방 전 대표가 횡령한 금액이 모두 37억 원에 이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방 전 대표는 2012년 7월 일본 올림푸스그룹으로부터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 고소 당했다. 방 전 대표의 혐의가 입증되면서 13년 올림푸스 신화도 옛 이야기가 돼버렸다.


그는 2000년 37세의 나이로 올림푸스한국 신설법인의 수장을 맡는다. 2003년 배우 전지현을 내세운 TV광고로 디지털카메라 열풍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해 올림푸스는 설립 3년여 만에 소니와 니콘, 캐논 등 경쟁회사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한다. 2009년 하이브리드 카메라 ‘펜(PEN)’을 내놓으면서 정체에 빠진 디카 시장에서 또 한 번의 돌풍을 일으킨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는 전문가용인 DSLR 카메라와 콤팩트 디카의 중간영역에 있는 카메라다.


당시 방 전 대표에 대한 올림푸스그룹의 신임은 두터웠다. 그는 2003년 영상시스템 부문 아시아중동 총괄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2004년 영상시스템 부문 등기임원으로 선임된다. 2011년 최연소이자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인 최초로 올림푸스그룹 집행위원에 발탁된다.


방 전 대표는 해외법인의 수장으로서 이례적으로 본사로부터 경영 전권을 넘겨받았다. 그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한국 안에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 몸집을 불려나갔다. 영상사업뿐 아니라 내시경 사업도 전개했다. 국내 내시경 시장에서 올림푸스한국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당시 90%를 훌쩍 넘겼다.


방일석의 13년 올림푸스 신화는 여기까지였다. 2012년 올림푸스그룹 집행위원에 재선임된 지 2달이 채 지나지 않아 방 전 대표는 추락하기 시작한다.


2012년 6월 올림푸스그룹은 방 전 대표를 돌연 해임했다. 올림푸스그룹은 방 전 대표를 해임한 이유에 대해 “사내 감사 결과 방 전 사장이 올림푸스한국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직무행위가 있었던 점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위법 행위가 무엇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방 전 대표는 “100여개 올림푸스 해외 법인 가운데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왔고 잉여금만 800억 원에 달하는데 해임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방 전 대표는 변호사를 고용해 본사를 상태로 명예훼손 소송까지 준비하면서 강하게 대응했다. 방 전 대표는 “본사의 정치논리 때문에 해임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방 전 대표가 해임되기 전 일본 본사에서 회계부정이 적발돼 경영진이 교체됐다. 방 전 대표는 회계부정의 핵심인물인 기쿠가와 쓰요시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내 감사를 빌미로 새로운 경영진으로부터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게 방 전 대표의 항변이었다.


당시 업계 관계자는 방 전 대표를 두고 “희생양인 체 하며 본사가 지적하는 문제들을 덮으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 전 대표와 일가가 올림푸스한국 대리점을 여는 과정에서 지분을 확보해 사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올림푸스그룹은 방 전 대표를 해임한 지 한달 뒤인 7월 방 전 대표를 형사고소했다. 그가 결백했다면 충분히 재기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혐의가 입증되면서 재판을 앞둔 신세로 전락했다.


검찰은 방 전 대표를 상대로 횡령액의 용처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뒤 방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같은 혐의로 올림푸스한국 전직 임원 4명도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