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오세정, 공동체를 위한 인재를 내걸다

▲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2월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전기학위수여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변을 둘러보고 어떻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여러분이 이룩한 성과를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면 그것을 성공이라 할 수 없다.”

2월26일 열린 서울대학교 졸업식은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축사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날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졸업생들 앞에서 한 말 역시 의미가 작지 않았다.

3수 끝에 서울대학교 총장에 오른 그가 품어온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오 총장은 “내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말은 ‘서울대 출신은 자기 밖에 몰라’라는 말”이라면서 “이런 말이 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따로 노력할 필요가 없이 계속해서 공동체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나라를 위해 각자 나름대로 기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오 총장의 말은 오 총장이 직접 초청한 방시혁 대표의 축사와도 연결됐다. 방 대표는 “바깥 세상에 끊임없는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과 주변에 애정과 관용을 지녀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학교 졸업생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오 총장은 20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2018년 서울대학교 총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이었다.

후보 시절부터 서울대학교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취임 일성에서 동일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오 총장은 “최근 우리 대학을 둘러싼 여건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며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서울대의 사명을 파악하고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과 결과가 부족했다”고 인식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서울대는 국립대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갖춘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오 총장은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임 직후 행보에서 공동체와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성낙인 전 총장 시절 불거졌던 시흥캠퍼스 논란이 지속되고 있었는데 당시 본관 점거농성을 벌인 학생들이 제기했던 징계 무효 소송을 놓고 서울대가 낸 항고심을 취하했다.

또 도서관 난방을 중단하며 파업을 벌이던 노조와 교섭을 진행해 파업을 끝내도록 이끌었다.

오 총장이 공공성 회복이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그리고 있는 것은 현재 서울대학교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전 정부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국정농단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데다 최근에는 교수들의 연구 부정행위 의혹과 성추행 문제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서울대 폐지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서울대를 향한 사회적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오 총장이 공동체를 위한 인재를 강조하는 이유로 보인다.

여전히 오 총장은 서울대학교를 향한 안팎의 수많은 요구와 기대에 직면하고 있다. 공공성 회복을 내세운 오 총장은 이전 총장들보다 외부의 목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국공립대본부는 2월21일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오 총장에게 학내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민주동문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2월26일 홍진기 전 법무부 장관이 4·19 혁명 때 발포 명령을 내렸다면서 서울 법대 안 홍 전 장관을 기념하는 유민홀을 폐쇄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