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탈황설비 완공을 앞당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K에너지는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제해사기구의 규제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저유황유를 더욱 일찍 생산하기 위해 탈황설비 건설을 당초 계획했던 2020년 상반기보다 앞당겨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에너지, 실적 회복 앞당기기 위해 탈황설비 조기완공에 온힘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11일 SK에너지 관계자는 “탈황설비는 2020년 이후 SK에너지 실적 회복의 기회를 마련해줄 설비로 완공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황설비(VRDS)는 원유를 정제해 생산된 벙커씨유 등 고유황 잔사유에서 황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 경질유를 만드는 설비다.

SK에너지는 2020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1조 원을 들여 울산 생산지구(콤플렉스)에 탈황설비를 짓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황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IMO 2020’ 규제를 실시한다.

선박회사들은 선박연료유로 비교적 저렴한 고유황유를 사용해왔지만 규제가 시행되면 고유황유보다 통상 1.5배가량 비싼 저유황유를 선박연료유로 써야 한다.

SK에너지의 탈황설비가 정상가동을 시작하면 하루 3만8천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능력을 갖춰 국내 최대의 저유황유 공급사가 된다. SK에너지는 탈황설비를 통해 해마다 영업이익 2천억~3천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SK에너지가 당초 계획대로 2020년 상반기에 탈황설비를 완공하게 된다면 규제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

증권사들은 저유황유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정유사의 수익성이 확대되기 시작하는 시기를 2019년 하반기로 내다보고 있다.

선박회사들이 새 연료유를 도입할 때 테스트에 필요한 시범 운용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2~3개월 앞서 연료유 재고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에너지는 탈황설비의 완공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건설을 독려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은 2019년 새해 첫 날부터 탈황설비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 생산지구를 직접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며 공사 진행현황을 점검했다. 앞선 2018년 추석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공사현장을 찾았다.

SK에너지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탈황설비를 챙기는 이유는 SK에너지가 정유사업 전략만으로 업황 변화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3사들은 유가 등락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모두 석유화학으로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에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과 SK인천석유화학이 있어 석유화학 방면으로 사업 다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SK에너지는 고부가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설비에 투자하는 대신 환경규제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저유황유 생산 전용설비를 구축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SK에너지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탈황설비를 완공해 저유황유 생산이 시작되면 내년 초부터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SK에너지는 2018년 영업이익 713억 원을 거둬 2017년 보다 영업이익이 52.5% 줄어들었다. 정제마진 하락과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이 겹쳐 2018년 4분기에만 영업적자 5540억 원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