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가 SK텔레콤의 콘텐츠사업 강화에 힘입어 재기의 기회를 잡는다.

8일 아이리버에 따르면 음원 유통사업을 확대하는 데 SK텔레콤의 지원이 든든하게 작용하고 있다.
 
아이리버, SK텔레콤 콘텐츠사업 강화에 힘입어 재기의 기회 잡다

▲ 이정호 아이리버 대표이사.


SK텔레콤은 2월28일을 끝으로 멜론 요금 할인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는다. ‘플로’를 통해 자체적으로 음악사업을 펼치려는 시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멜론을 2013년에 매각했는데 사실상 경쟁관계인 서비스를 계속해서 지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아 제휴를 끝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출시된 플로는 현재 그루버스가 운영한다. 아이리버는 3월1일 그루버스를 흡수합병하며 SK텔레콤은 아이리버의 최대주주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경영자원 통합으로 시너지를 내고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리버는 2000년대 초중반 MP3 플레이어로 승승장구했지만 애플 아이팟과 스마트폰 등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MP3 플레이어 수요가 꺾이면서 2006년 매출이 2005년과 비교해 66% 줄었다.

2012년 ‘아스텔앤컨’ 등 프리미엄 음향장비를 출시하며 2014년 흑자 전환을 이뤘지만 2016년부터 다시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플로에 힘을 싣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카카오M의 멜론에 맞서기 위해 아이리버와 플로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분석된다. 멜론은 국내 1위 디지털 음원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우선 2800만 명에 이르는 SK텔레콤 이용자를 활용하는 전략을 짰다.

SK텔레콤 이용자는 플로에서 매달 ‘월 300회 듣기’ 무료 이용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아직 오픈베타 기간임에도 ‘0플랜 라지 요금제 혜택’과 ‘내가 고른 패키지 300’, ‘내가 고른 패키지 무제한’ 등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플로를 홍보하고 있다. 

플로는 ‘개인 맞춤형 음악 소개’를 무기로 삼는다. 기존 음악 플랫폼은 대부분 인기곡 위주로 노래를 띄웠다면 플로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추천해 주는 것이다. 세계적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이 취향에 맞는 재생목록을 추천해주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플로를 통해 기업 대 소비자(B2C)사업에 진출하면서 음원 유통사업의 비중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콘텐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옥수수’ 등 영상콘텐츠 플랫폼을 확대하고 지상파 영상 플랫폼 ‘푹’과 손을 잡은 데 이어 음악사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디어시장 확대에 대응해 영상과 더불어 음악사업도 넓히는 것”이라며 “아이리버는 음원 유통을 비롯해 SK텔레콤의 음악사업 전반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도 힘을 쏟고 있어 이정호 아이리버 대표이사가 아이리버의 음원 유통사업을 넓히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은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2018년 79억 달러에서 2023년 32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정보통신기술과 오디오기기 등에 밝은 것으로 평가돼 아이리버는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국내와 해외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업을 거쳐 2011년 아이리버에 합류했다.

아이리버는 현재 ‘누구’의 음향을 가공하는 데 참여하고 있으며 누구와 티맵에서 플로를 통해 음악을 재생하는 등 SK텔레콤과 협업하고 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음악기기에 국한하지 않고 콘텐츠사업을 강화할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