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베트남의 경제개방 사례를 통해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경제 발전 모델을 찾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리 외무상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리용호, 김정은 대신해 북한 발전모델로 베트남 공부하다

▲ 리용호 북한 외무상.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3일 “리용호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 대표단은 11월29일부터 12월2일까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을 방문했다”며  “베트남과 여러 분야에 걸쳐 친선 협조관계를 더욱 확대 발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도이머이’를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머이란 ‘쇄신’을 의미하는 베트남어로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일컫는 말이다.

베트남은 도이머이 기조 아래 토지의 국가 소유와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시장경제를 도입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리 외무상은 베트남 하노이 외곽에 있는 호아락 첨단산업단지를 방문해 외자 유치 과정과 성과를 직접 확인하는 등 베트남의 경제 개발 노하우를 배우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트남의 농업, 경제 분야 전문가들도 만나 의견을 나눴다.

북한과 베트남은 모두 사회주의 체제이고 정치적으로는 공산당이 독재체제로 집권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베트남은 과거 분단국가였고 미국과 적대관계를 해결하고 미국 자본을 유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참조할 부분이 많다.

중국도 북한이 참조할 만한 경제 개방 모델로 꼽힌다. 하지만 인구 규모 등의 면에서 중국은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베트남이 북한의 롤모델로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베트남식 경제 개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을 베트남식으로 개혁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베트남식 경제 개방을 하려면 우선 미국의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리 외무상의 역할은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미 고위급 회담의 협상 상대로 군 출신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보다는 리 외무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것도 협상 상대를 김 부위원장에서 리 외무상으로 바꾸길 원하는 미국의 요구 때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북한은 미국의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선정하려는 목적도 있는 말이 나온다.

베트남은 미국과 적대국이었지만 관계를 정상화하고 개혁, 개방에 성공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의 상징적 의미를 높일 수 있는 국가다. 또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력이 거의 많이 미치지 않는 국가인 만큼 미국도 선호하는 회담장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을 비춰보면 리 외무상은 미국과 협상, 경제 개방이라는 북한의 변화에서 핵심적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베트남,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력 갱신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리 외무상의 베트남행은 경제협력 외에 미국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