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짊어졌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7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상장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의 감리가 늦어져 당초 목표였던 10월 상장은 물건너갔지만 상장 철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
현대오일뱅크는 11월 중순 쯤 감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낸다면 이르면 1월 중에 공모청약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 강 내정자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초보다 20%가량 낮아지는 등 주식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돼 현대오일뱅크가 공모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상장 목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경영능력을 발휘할 여지는 적지만 강 내정자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내실경영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강 내정자는 공모청약 시점에 맞춰 경영 전략을 담은 현대오일뱅크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시장의 관심을 이끌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롯데케미칼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2조7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포함해 비정유부문의 사업전략을 적극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4분기에 주력부문인 정유사업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강 내정자의 내실경영에 힘이 될 수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동절기에는 난방유가 성수기로 진입하면서 등유와 경유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강 내정자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로는 석유화학부문 자회사 현대케미칼의 실적 개선이 꼽힌다.
현대케미칼은 원재료 콘덴세이트의 가격이 오른 탓에 올해 들어 3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초경질유로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올해 초부터 이란산 콘덴세이트의 수입을 줄이다 8월에는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강 내정자는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다시 수입하는 것으로 자회사 현대케미칼의 원재료 가격 절감을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 조치의 예외국가로 포함돼 현대오일뱅크는 6개월 동안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현대케미칼의 분기별 영업이익 감소분은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실적 반영비율을 조정하면서 사라진 분기별 영업이익분과 비슷하다. 강 내정자는 현대케미칼의 실적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른 자회사인 현대OCI는 무기화학물질을 제조 판매하는데 수익성이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강 내정자의 내실경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OCI의 생산설비 가동량 대비 판매량은 올해 3분기 80~90%를 보였다”며 “올해 4분기에는 주력품목 카본블랙 말고도 품질인증이 완료된 품목이 늘어 생산설비 가동량 대비 판매량이 90~100%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선물위에서 진행 중인 감리가 강 내정자가 책임질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지분 60%를 보유한 합작투자사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회사로 분류해 수익 전부를 연결실적에 반영했지만 7월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수익의 60%만을 연결실적에 반영해 사업보고서를 다시 공시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수정된 사업보고서를 모두 공시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