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는 전체 단위기간 동안 법정 총근로시간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2주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실시한다면 첫째 주에 46시간 일했을 때 둘째 주에는 58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취업규칙에 따라 2주 또는 노사가 서면 합의하면 최장 3개월로 정해져 있다.
게임이나 전자제품 출시 직전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연구개발(R&D) 직종 또는 여름이나 겨울에 일감이 몰리는 제조업체들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정유·조선업계에서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갑작스럽게 정비에 나서거나 수개월 동안 정기 보수가 필요한 일이 빈번해 주 52시간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런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는 것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성명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한 것은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며 “아울러 일자리 창출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연장근로를 12시간할 수 있어 최대 주 52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며 "탄력근로제에 따라 노사가 추가로 합의하면 특정주에 12시간을 추가적으로 근로할 수 있게 돼 최대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이 1년이 되면 연속해서 6개월까지 주 64시간 근로하는 것이 가능해져 사실상 주 52시간 제도가 무력화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하면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영주가 가산수당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탄력근로제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2개월로 정하면서 첫째 주에는 52시간을 근무하고 두번째 주에는 28시간을 근무하면 평균 40시간을 근무하게 되므로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1일 8시간을 넘어 근무할 때 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주도로 11월 안에 실태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를 두고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민주노총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정책대의원대회는 17일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관련 논의는 2019년 1월로 미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