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성장하고 있는 KCC 실리콘사업부를 키우기 위해 글로벌 실리콘기업 ‘모멘티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모멘티브 인수는 3조 원대를 웃도는 자금이 필요한데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이사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왼쪽),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이사. |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C가 2016년 12월 계열사 코리아오토글라스(KAC)를 통해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한 뒤 1년8개월 만에 사업 다각화를 위한 모멘티브의 전략적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모멘티브는 석영에서 추출한 실리콘과 실리콘 유도체, 특수 세라믹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2016년 기준 글로벌 실리콘시장에서 점유율 13%로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다.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하면 실리콘사업부를 세계 시장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2004년 “실리콘 제조 기술이야 말로 앞으로 50년 동안 KCC를 먹여 살릴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말했을 만큼 실리콘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이번 모멘티브 인수는 실리콘사업을 KCC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KCC 실리콘사업부는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평균 10% 수준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5월22일 모멘티브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아폴로 글로벌 메니지먼트가 모멘티브를 30억 달러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각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모멘티브를 인수하는 데 3조 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KCC의 현재 자금 수준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KCC는 2018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4282억 원과 유동자산 2조655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자산을 모두 활용해도 모멘티브를 인수하기는 역부족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PEF) SJL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로서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KCC는 원익그룹,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멘티브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세 회사의 투자비율은 각각 45%, 5%, 50%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SJL파트너스는 회사를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KCC와 원익그룹은 실리콘사업부와 석영·세라믹사업부를 분리해 경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석정 SJL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정 회장과 1960년 동갑내기로 고려대학교,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SJL파트너스 대표이사를 맡기 전 일했던 JP모건 시절부터 KCC의 굵직한 투자와 관련해 자문을 하는 등 영향을 미쳐 왔다.
JP모건은 2013년 7월 KCC가 만도 지분을 처분할 때 주간사를 맡았고 만도의 상장과 2009년 KCC의 교환사채 발행도 관여했다.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KCC가 인수하게 된 배경에도 JP모건의 제안이 있었다.
에버랜드 지분 매각 당시 국부펀드와 사모펀드 등 다수의 투자자가 지분 매입을 희망했지만 KCC가 최적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 지배구조의 중심을 맡고 있는 에버랜드의 2대 주주로 KCC가 나선 점을 의아하게 여겼으나 KCC는 단순 투자목적임을 밝히며 에버랜드 지분으로 1조3천억 원이 넘는 이익을 본 것로 추산된다.
정 회장과 임 대표의 이런 인연이 이번 모멘티브 인수까지 이어지게 된 셈이다.
SJL파트너스가 KCC 컨소시엄에 참가하면 부족한 자금을 메워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모멘티브 경영진에 글로벌 경영의 신뢰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 회장에게는 천군만마다.
임 대표는 최근 셀트리온그룹의 성장에도 수완을 보였다. 그는 셀트리온의 코스닥 상장 시기부터 현금 확보를 도왔는데 올해 3월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셀트리온홀딩스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했다.
그동안 자금 동원 능력이 사업 성장 속도에 못 미쳐 어려움을 겪었던 셀트리온그룹에게 임 대표가 톡톡히 지원군이 되어줬던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