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6-27 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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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기 위한 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조기 도입도 검토하고 있지만 증권업의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제로 자리를 잡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이 2019년 7월1일부터 의무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 도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전경.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은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를 잇달아 적용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면서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에 대비하고 있다.
PC오프제는 특정 시각이 지나면 컴퓨터 전원을 자동으로 끄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는 노동자의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증권사들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면 2019년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야 한다. 이 제도는 2018년 7월1일부터 의무 적용되지만 증권 등의 금융업은 유예기간 1년을 받았다.
이를 감안해 KB증권은 27일부터 본사와 모든 영업점 대상으로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를 시범운영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조기에 도입할 방침을 세웠다.
출퇴근시각을 조정하는 시차근무제와 업무가 몰리는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한가한 때에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탄력근무제를 모두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KB증권 관계자는 “오전 8시 출근과 오후 5시 퇴근을 원칙으로 PC오프제를 운영하면서 부서의 업무 특성에 맞춰 시차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시범운영 결과를 봐야겠지만 무리없이 진행된다면 주 52시간 근무제도 일찍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7월부터 관련 제도를 시범운영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2019년 상반기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NH투자증권은 PC오프제를 2014년부터 시행해 왔고 개별 부서의 업무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된 노사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연근무제를 시범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PC오프제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출퇴근 시각을 조정하는 시차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도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정식 시행까지 남은 1년 동안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선행해 근무형태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의 특성상 트레이딩, 리서치 등 부서마다 업무형태가 다르고 업무가 몰리는 시간도 다른 만큼 관련 준비도 미리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증권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이 선제 준비에 들어가더라도 주 52시간 근무의 안착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장 방문이 많은 영업부나 새벽부터 증시 마감 이후까지 일해서라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연구결과를 내야 하는 리서치부 등 특수한 업무 형태의 부서에 유연근무제를 적용해도 주 52시간 근무를 일률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업은 기업, 정부, 글로벌 경제상황 등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을 다루고 있는 만큼 충분한 인원으로 전방위적 대응이 마련되지 않는 한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해도 직원들의 실제 업무량이 줄지 않고 실효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의 한 직원은 “PC가 꺼져도 집에서 일하거나 ‘비공식 야근’이 늘어나면 PC오프제나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뜻도 퇴색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식 도입되기 전까지 인력 충원 등을 통한 업무량 조정도 함께 진행돼야 실효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