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드물게 찾아온 사업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과감한 승부수가 이번에도 또 통했다.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2곳을 모두 차지했다. 후발주자였던 신세계는 이번 승리로 면세점 사업권 도전에서 '3전2승1패'를 보이며 명실상부 '면세점 3강' 반열에 오르게 됐다.  
 
[오늘Who] 정유경, 신세계 면세점사업 기회 절대 놓치지 않았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22일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DF1구역과 DF5구역을 모두 휩쓸었다.

두 구역을 신라면세점(호텔신라)과 신세계면세점이 하나씩 나눠 차지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깬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특히 화장품과 향수를 취급하는 DF1구역을 차지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처음으로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게 됐다.

신라면세점이 아시아 3대 공항에서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한다는 점을 내세워 DF1구역을 공략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상징성이 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됐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그룹의 면세점사업을 이끌기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신세계면세점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강 반열에 합류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면세점사업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사업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다. 올해만 해도 롯데면세점(호텔롯데)이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면세점 입찰은 없을 것으로 여겨졌다.

정 총괄사장은 신라면세점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운영경험을 과감한 베팅으로 만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DF1에 2762억 원, DF5에 608억 원을 써냈다. 신라면세점보다 DF1에서 560억 원, DF5에서 112억 원 각각 더 많이 제시한 것이다. 두 구역의 입찰가격을 합쳐 운영기간 5년 임대료로 환산하면 신라면세점보다 무려 3360억 원이나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입찰가격이 최종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입찰에 얼마를 써냈는지가 경영인의 사업을 향한 의지와 결단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 가격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 점유율은 롯데면세점이 41.9%, 신라면세점이 23.8%(HDC신라면세점을 포함하면 29.6%), 신세계면세점이 12.7%였다.

두 구역이 모두 신세계면세점 품에 안기면서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은 19%까지 뛴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강남점 개장도 앞두고 있다.

신세계그룹에서 면세점사업은 한 동안 변두리에 머물렀다. 전담 법인도 없이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에서 면세점사업을 담당했다.

그러나 현재 면세점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신세계DF가 출범하고 정 총괄사장이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정 총괄사장은 그동안 왔던 기회를 모두 놓치지 않았다.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이후 두 차례 벌어진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모두 사업권을 따냈다. 떨어지긴 했지만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