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근 ‘임마루’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루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키워온 반려견 이름이다. 

임 실장이 쏟아지는 업무 때문에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가 문 대통령 곁을 지키는 마루와 비슷하다는 뜻에서 붙은 애칭이다. 문 대통령이 그를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별명이기도 하다.
 
[오늘Who] '임길동'에서 '임마루'로, 임종석의 남북 정상회담 분투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과거 급진주의자였던 임 실장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3월 그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겼다.

임 실장은 정상회담 동선과 일정을 점검하고 의제를 정리하는 데 힘써왔다. 25일 북한과 합동리허설도 그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한이 북한과 외교적 교류를 하는 데에 임 실장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6월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를 마련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정무감각을 발휘해 나라안팎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데 단초를 제공해왔다. 

특히 2017년 12월 UAE에 특사로 파견 돼 이명박 정부가 UAE와 맺었던 ‘이면 합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UAE의 칼둔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실장은 “임 실장이 국내에서 온갖 의혹으로 매를 맞으면서도 UAE의 형편을 생각해 특사 방문의 진짜 목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매우 신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추경예산 심의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박주선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방문해 정국 돌파 실마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임 실장이 한반도 문제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역할을 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내면서 임수경 당시 외국어대 학생을 평양축전에 보내는 데 막후지휘를 맡았다. 

북한과 교류가 철의 장막에 막혀있던 당시 임수경씨 방북은 그 자체로 세계적 사건이 됐다. 임 실장은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려졌고 이후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5년을 받았다.

이는 임 실장을 향한 경계와 인기를 동시에 높이는 계기도 됐다. 당시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 경찰의 추적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임길동’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런 전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 우려도 나타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임 실장의 임명을 두고 “임종석은 문 대통령의 반미 친북성향을 강화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다가오는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 뿐 아니라 임 실장 개인의 평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행사가 될 수 있다. 

1989년 평범한 대학생을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과 만나게 했던 '임길동'은 30년 후 '임마루'가 되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첫 번째로 그가 성사시켰던 남북의 만남은 국가보안법 위반의 ‘공안사건’이 됐다. 이번에 그가 기여한 남북의 만남은 무엇으로 남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