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면세점에서 쫓겨났던 신세계 화장품사업을 되살려내다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2016년 12월15일 대구 신세계백화점 개점식에 참석했다.<신세계백화점>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면세점사업에 이어 화장품사업도 흑자로 돌려세우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때 롯데면세점에 들어갔다 짐을 쌌을 정도로 인기가 없던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가 입소문을 타면서 화장품사업의 흑자 전환을 이끌고 있다. 올해는 중국 고객층을 넓히면서 판매처도 확대해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1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신세계 화장품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중국인 고객 확대와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등 판매처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사업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57억 원을 내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12년 인수한 비디비치가 적자행진을 마감하고 5억7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신세계가 올해 강남에서 면세점을 열어 판매처가 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비치 매출 가운데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54억 원으로 전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비디비치의 경우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해 올해도 면세점에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올해 중국인 단체관광객도 돌아오면 매출 증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고 자체 화장품 브랜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2015년부터 비디비치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 힘썼다.

화장품은 얼마나 입소문을 타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고 우선 비디비치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한 번 써본 고객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만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총괄사장은 비디비치의 제품들을 직접 써보면서 보완할 점을 디자인부터 품질까지 세심하게 챙겼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 화장품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인들을 겨냥한 판매전략을 펼쳤다.

배우 한채영씨, 송지효씨 등 중국에서 인기 많은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영입하고 중국 고객들이 좋아하는 마스크팩 신제품을 선보여 브랜드 알리기에 힘썼다.

그 결과 2016년 말부터 중국 소비자들 중심으로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해 비디비치의 면세점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사드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끊겼는데도 비디비치는 입소문을 타고 싼커(중국인 개인관광객)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났다.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사가는 중국인 고객들을 위해 비디비치 제품을 5~10개 묶음으로 진열하는 모습은 이제 흔하다. 화장품 판매만 담당하던 신세계가 확실한 자체 브랜드를 얻게 된 셈이다.

정 총괄사장은 2015년 세계 1위 화장품제조업체 인터코스와 합작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설립에도 참여했는데 화장품사업 다각화로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및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글로벌 화장품시장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는 2020년까지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매출 1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신세계가 화장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다하고 있어 ‘수직계열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업 다각화에 더 가깝다”며 “비디비치로 중화권 고객들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신세계인터코스로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