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현물 ETF를 통한 기관투자자 참여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활용 확대가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현재 1억 원대 초반인 비트코인이 앞으로 4년 동안 17배 넘게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드 CEO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고 기관투자자의 참여와 인공지능(AI) 결제 수요 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비트코인 하나가 20억 원이라니 상상만 해도 혹하는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조금 사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통상 10월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다는 이른바 '업토버(Uptober)' 기대와 달리 올해는 10월 들어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상승세가 보이지 않는다. 9일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되레 8만1천 달러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이 20억 원까지 오른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강세장 기대가 무색하게 가격이 떨어진다. 도대체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사실 몇 년 전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을 때 코인을 사본 적 있다. 당시에는 가격이 많이 오르는 코인을 따라 샀다가 조금 오르면 팔고, 또 오른다는 코인을 따라 샀다가 팔고 하는 식이었다. 공부도 전략도 없이 무지성 매매를 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시장의 미래에 관한 전망들을 보고 있자니 비트코인 투자에 관한 생각도 달라진다.
미국에서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고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자산의 토큰화 등 디지털자산 기술이 실제 금융산업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비트코인도 이제 주식이나 금처럼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자산이 된 걸까.
그래서 김지원 KB증권 리서치센터 크립토리서치팀 연구위원을 찾아 물었다.
“비트코인 투자,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디지털 금' 비트코인, 자산배분 위한 전략자산으로 접근해야
“비트코인은 쉽게 말해 디지털 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김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금이 오랫동안 귀한 자산으로 대접받아온 이유는 단순하다. 땅속에 묻힌 양이 한정돼 있어 누구도 마음대로 더 만들어낼 수 없다. 시간이 지나도 녹슬거나 썩지 않고 어느 나라에서든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금은 위기 때 더 빛난다. 전쟁이 나거나 물가가 크게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으면 사람들은 현금 대신 금을 산다. 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이유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발행량이 2100만 개를 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새로 발행되는 양도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각국 중앙은행이 필요에 따라 돈을 더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와 정반대 구조다.
비트코인의 투자 가치도 이런 구조적 특징에서 시작한다.
비트코인은 기업과 같은 사업 실적이 없다. 한정된 물량을 사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즉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한다.
김 연구위원은 “고정된 물량을 투자자들이 계속 많이 사게 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게 비트코인 상승론의 가장 큰 논리”라고 말했다.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비트코인을 사려는 수요는 개인을 넘어 현물 ETF를 통한 기관투자자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트코인이 직접 결제에 널리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면서 시장의 투자 기반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새로운 ‘기술’로 평가됐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전통 금융권에서 디지털자산을 실제 금융 인프라로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지면서 금융산업의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대표적 사례가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24시간 국경 간 송금과 결제에 활용될 수 있다. 은행을 거치면 며칠씩 걸리기도 하는 해외송금을 더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화폐’인 셈이다.
주식과 채권 등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자산 토큰화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5년 7월 스테이블코인 규제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제정되는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투자자와 돈, 그 돈으로 거래하는 상품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의 3가지 주체 가운데 돈과 그 돈으로 거래하는 상품은 이미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자산 시대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내다봤다.
돈이 토큰화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고 자산이 토큰화된 것이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이다.
AI의 발전도 디지털자산의 활용 범위를 빠르게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상품을 구매하고 금융거래를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AI가 금융거래의 주체가 되면 현재의 ‘돈’은 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자산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디지털자산의 활용 확대가 곧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디지털자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치 상승에도 일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 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은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역할을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 그 역할이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는 일정 부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 김지원 KB증권 리서치센터 크립토리서치팀 연구위원이 비즈니스포스트와 비트코인 투자전략과 시장 전망에 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렇게 보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해볼까 마음이 기울지만 이번에는 또 ‘가격’이 걸린다.
비트코인은 쭉 약세를 보이다 최근 시세가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3분기에만 가격이 42.7% 뛰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달러 기준으로 2026년 7월 7.27%, 8월 25.05%, 9월 6.37%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6월 말 5만8559달러였던 비트코인은 9월 말 8만3554달러가 됐다.
김 연구위원은 그래서 ‘지금’ 비트코인을 사도 되냐는 곤란한 질문에 웃으면서 “가격 전망은 하지 않는다”고 먼저 운을 뗐다.
하지만 2027년 상반기까지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올해 3분기 들어 저점에서 크게 반등했지만 아직 연초 가격이나 지난해 고점에도 못 미치는 만큼 올라갈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이 주목한 것은 미국의 유동성 환경 변화다.
김 연구위원은 8월 중순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 등 유동성을 늘리는 조치에 나선 것이 비트코인 시세 흐름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기대가 형성된 점도 가상자산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시세는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2027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내일 갑자기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게 아니어도 어느 순간 보면 벌써 올라와 있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도 상승 추세를 꺾을 정도의 변수는 아닐 것으로 봤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입법과 규제 환경이 달라질 수 있고 금융시장 전반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이 가져갈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 가격에도 이미 이런 요인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바라봤다. 선거 직후 증시가 흔들리면 비트코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추세 자체를 꺾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 초보 투자자라면 시총 상위 가상자산부터, ETF 수급과 변동성도 살펴야
김 연구위원은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여전히 주식, 금,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들과 비교해 시세 변동성 등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점은 꼭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투자에 앞서 가상자산 시장과 거시경제 지표의 흐름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주식처럼 기업을 분석하는 밸류에이션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게 없고 업계에 아직 표준도 없다”며 “시장의 유동성이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거시경제 환경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흐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기관들의 수급이 가상화폐시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됐다”며 “ETF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지, 꺾여서 순매도와 유출로 가고 있는지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의 시장 진입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100%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긍정적 면에 무게를 뒀다. 주식시장도 개인투자자만 있던 시절과 비교해 기관투자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뒤 한 단계 레벨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 현지시각 5일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2030년 비트코인 목표 가격으로 150만 달러를 다시 제시했다. 사진은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연합뉴스>
투자할 가상자산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김 연구위원은 초보 투자자라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권의 주요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시가총액이 작은 알트코인은 주의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5만 개에 이르지만 모두가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시가총액이 낮은 알트코인들 중에는 그냥 바로 없어지는 프로젝트들도 많다”며 “'카더라'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외 다른 코인을 장기로 가져가려면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그 종목에 관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단기로 매매해보는 것과 꾸준히 가져가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와 KB증권 투자전략팀 등을 거쳐 2023년 말부터 가상자산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역시 전문가를 만나고 나니 비트코인 투자를 바라보는 출발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과 자산이 토큰으로 옮겨가는 흐름 속에서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었다. 금융의 판이 바뀌고 있는 만큼 분명 비트코인도 장기적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공부하고 투자 가능성을 살펴볼 만한 자산이었다.
캐시 우드 CEO의 전망대로 비트코인이 20억 원까지 오를지는 알 수 없다. 반대로 지금보다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가격 전망을 믿고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 자산에 투자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
결국 내가 어떤 관점과 전략으로 가상자산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비트코인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도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디지털 금이 아닌 실제 금과 은 등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실물자산 투자에 관해 알아본다. 박혜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