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와 코스닥이 12일 하락 개장한 가운데 딜러들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상반기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수혜를 입었던 한국 증시에서 메모리반도체 업황 정점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지만 투자자들은 성장주를 물색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10월 기준 한국 증시의 거래대금은 5월 최고치에서 70% 폭락했다.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1310억 달러(약 175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순유출됐다는 거래소 자료 집계 결과를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내 투자자도 매도에 나섰다. 한국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월 38조6천억 원까지 늘었으나 9월에는 33조 원 안팎에 머물렀다. 투자자 예탁금도 같은 기간 사상 최고치인 약 140조 원에서 100조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자금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둔 매수 대기 자금이다.

이에 하반기 들어 10월까지 코스피 지수가 22%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인공지능(AI) 관련 비중이 높은 미국과 대만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놓고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시장 구조 속에서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 반도체 특수에 따른 수혜를 입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특정 종목의 높은 집중도가 오히려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전년 동기 대비 782.5% 급증한 107.4조 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당일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레이라이언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메모리반도체 종목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에게 가장 큰 과제는 해당 테마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미 실현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점도 지수에 부담으로 꼽혔다. 두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합산 55조 원이다.

증권사 JP모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시의 매수 주문 약 230억 달러(약 30조7천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분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증시를 지탱했던 매수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

픽테트자산운용의 존 위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종목은 현재 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된 가치주가 됐다”며 “그러나 개인투자자와 단기 투자 성향의 헤지펀드는 가치나 저렴한 주가를 좇지 않고 성장주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