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4조7천억 원을 투입해 프런티어 AI 개발에 나서지만 빅테크와의 자원 및 기술 격차를 고려해 현실적 개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내년부터 글로벌 최상위급 인공지능(AI) 모델 개발에 4조7천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빅테크 추격에 나선다.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어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기술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만큼 현실적 개발 목표와 추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보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부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과 별도로 글로벌 최상위급 모델 개발을 위한 '프런티어 AI' 사업을 추진한다.

독파모 사업은 2027년 2월 3차 단계평가를 거쳐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 가운데 최종 2개 정예팀을 선정하고, 프런티어 AI 사업 수행 주체는 별도 공모와 평가를 통해 선정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독파모를 국내 기업의 독자 AI 개발 역량 확보와 산업 확산을 위한 사업으로, 프런티어 AI를 세계 최고 수준의 추론과 문제해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상위 도전으로 구분했다.

정부는 여러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를 나눠 지원하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선두 AI 모델을 추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프런티어 AI 개발에 대규모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7년 정부 예산안에 약 4조7천억 원을 편성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베라루빈' 1만 장 확보에 약 3조9천억 원, AI 학습데이터 구매에 8천억 원, 해외 우수 연구자 20명 유치에 250억 원 등을 투입하고 민간 투자도 유도한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만으로 글로벌 최상위 모델과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와 구글, 앤트로픽 등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AI 모델 개발 기술과 운영 경험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정부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에도 빅테크들은 차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어 정부가 개발 목표를 높이더라도 추격 대상인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구조이다.

정부도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으로 자본 경쟁을 벌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2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미국의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과 대등한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류 차관은 정부 투자에 상응하는 민간 투자가 이뤄진다면 중국의 상위권 공개 AI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은 기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이어가면서 내년부터 글로벌 최상위급 AI 모델 개발을 위한 '프런티어 AI' 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에 나선다. <연합뉴스>

게다가 기존 독파모 사업에서 정예팀 대부분이 개발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정부가 이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나 프런티어 AI 사업에서는 현실적 개발 목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독파모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AI 기술 발전에 맞춰 개발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무빙 타깃' 방식을 앞세웠다.

하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독파모 사업에 참여한 정예팀 6곳 가운데 5곳이 개발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등 참여 기업들은 1·2차 평가를 앞두고 모델 규모와 성능 목표, 학습데이터 및 평가 방식 등을 변경했으며, 관련 심의위원회는 변경 요청을 승인했다.

정부가 예상보다 빠른 글로벌 AI 기술 발전에 대응해 프런티어 AI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목표가 다시 하향 조정되지 않도록 현실적 개발 목표와 일관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빅테크와 자본 및 컴퓨팅 자원의 절대 규모를 맞추기 어렵다면 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독자 AI 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런티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 속도도 매우 빨라 이를 따라잡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이 있다"면서도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최상위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은 AI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달성 시점과 평가 기준이 명확한 1차 목표를 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발전과 수요 변화에 맞춰 목표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인재,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 투자 및 서비스 활용이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실제 수요에 기반한 시장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