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종 한섬 사장. |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인 한섬이 중국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면서 한섬은 정지선 회장의 패션사업 강화전략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김형종 한섬 사장은 2013년부터 대표를 맡아 패션사업을 현대백화점그룹의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 김형종, 중국진출로 한섬의 새 성장동력 찾아
2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한섬은 1월23일 중국 항저우지역 백화점에 캐주얼패션브랜드 '시스템' 매장에 이어 3월 ‘시스템옴므’매장을 열어 중국시장을 공략한다. 항저우를 시작으로 상하이, 베이징 등에도 올해 안에 매장을 확대한다.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한섬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데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중국에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섬과 중국독점유통계약을 체결한 중국 유통기업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가 많은 유명 해외브랜드를 중국에서 성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형종 사장은 시스템과 시스템옴므가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면 ‘타임’과 ‘타임옴므’ 등 고가브랜드도 잇달아 중국에 내놓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유통망을 확보해 매출 1500억 원을 내겠다는 목표도 잡았다.
송하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의류시장은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여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로 커지고 있다”며 “한섬의 브랜드 경쟁력이 중국에서 유효해 중국 진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사장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패션사업 강화전략의 일환으로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안착해야 하는 임무도 안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6년 12월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놓고 영업양수도 계약을 맺었는데 28일에 최종적으로 인수한다. 김 사장은 한섬의 종속회사를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경영도 맡게 된다.
한섬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를 마치면 연간 매출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서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와 더불어 국내 패션업계 ‘빅4’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이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한섬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영업이익이 2011년 이후 계속 하락세에 있다. 최근 소비심리 악화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실적반등을 이끌어 내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김 사장은 한섬의 패션브랜드 가치를 높였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노후화된 브랜드를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섬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되고 2년 동안 체질개선 작업을 거친 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섬과 SK네트웍스의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형종, 고급화전략으로 한섬의 성장 이끌어
김형종 사장은 국내 패션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섬의 '나홀로 성장'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국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30년 넘게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일해왔다. 주로 자금팀이나 감사팀에서 근무했는데 2007년 현대백화점 목동점장을 맡으면서 현장업무를 시작했다.
▲ 한섬의 대표 고급브랜드 '타임'의 매장. |
업계에서 김 사장이 관리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기 때문에 패션지식이 많지 않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김 사장은 한섬을 실적부진에서 건져내 이런 시선을 떨쳐냈다.
김 사장이 한섬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단기적 실적에 급급하기보다는 한섬이 보유한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최상위소득군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줄이지 않는 점을 파악해 ‘노세일, 고급화’ 전략으로 최상위소득군 소비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여기에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비싼 값도 지불하는 ‘가치소비’가 유행하게 된 점도 한섬의 실적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섬의 매출은 2013년 4626억 원에서 2014년 5100억 원, 2015년 6158억 원으로 매년 두자릿수로 성장했다. 2016년 상반기에도 2015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9%, 29.6% 늘어났다.
김 사장은 현재 한섬의 고급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해외 명품에 뒤지지 않은 고급소재 연구개발(R&D)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패션업계의 경쟁은 결국 소재에서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며 “신소재 개발 등에 과감히 투자하고 어려울수록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선 회장도 김 사장의 장기적인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16년11월 김 사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올리고 책임경영에 힘을 실어줬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