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선택과 집중전략’이 열매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정유경 남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마트와 신세계를 따로 맡아 승승장구하면서 신세계그룹은 재계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 한진그룹을 밀어내고 10대그룹에 새로 진입하게 된다.

  정용진과 정유경 분리경영, 신세계그룹 몸집 무섭게 커져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유통부문만 주력하는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이뤄낸 약진이다. 롯데그룹이 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화학 등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정용진 정유경 남매의 “책임 분리경영”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2017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그동안 여러업무를 같이 진행하다보니 자세히 챙기기 어려웠다“며 ”서로 맡은 부분에 따라 지분을 정리하면서 각자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정유경 당시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 경영’ 시대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4월에는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 맞교환으로 공식적으로 분리경영을 본궤도에 올렸다.

남매는 이마트와 신세계를 나눠 경영하기 시작한 뒤 사업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피코크, 노브랜드 등 실험적인 신사업을 여럿 추진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특히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장이 눈에 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11월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면서 성장동력으로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도 지난해 론칭 3년 만에 매출이 5배 이상 뛰었고 노브랜드는 별도의 전용매장을 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 역시 개장 100일 만에 누적방문객 740만 명을 넘어서며 안착 단계에 올랐다. 삼성동 코엑스몰 운영권을 따내 ‘강남벨트’를 구축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5조 원대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며 투자를 아끼지 않은 신세계푸드도 지난해 연매출 1조 원 고지에 올랐다.

정유경 총괄사장도 취임 뒤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정 부회장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다.

정 총괄사장은 경기불황 장기화와 유통환경 변화 등으로 백화점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확대경영을 펼쳤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증축한 데 이어 부산 센텀시티몰 규모를 늘리고 면세점 명동점과 백화점 김해점, 스타필드하남점, 대구점을 잇따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2월 증축부가 열린 뒤 5개월 동안 매출이 28.6% 신장했다, 대구점 역시 12월 오픈 첫 주말에만 100만 명, 한달 동안 500만 명이 방문하며 순항하고 있다.

  정용진과 정유경 분리경영, 신세계그룹 몸집 무섭게 커져  
▲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지난해 지방 백화점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1조 원을 넘었다.

최근 강남 센트럴시티에 들어설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따낸 점도 기대를 모은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규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주목할 기업은 신세계”라며 “신세계면세점이 입점할 센트럴시티는 매출 국내 2위의 대형백화점”이라고 분석했다.

여 연구원은 “신규 면세점이 영업을 개시하면 빠른 외형성장이 예상된다”며 “신세계는 명동점에 더해 서울 강북과 강남 핵심상권에 모두 면세점을 확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10대그룹 진입이 마냥 낭보만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신세계그룹 등 10~13위 권 그룹들은 서로 공정자산 규모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담이 앞선다“고 말했다.

최근 야권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재계순위 상승을 기뻐할 수만은 없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정책캠프가 주최한 포럼에서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