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창이냐, 삼성의 방패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면서 '창과 방패, 저울'로 각각 맞설 법조인들의 면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오전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심문을 맡는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1750억 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적이 있다. 약 4개월 만에 재벌 총수의 영장실질심사를 또 맡게 된 셈이다.
조 부장판사는 충남 부여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사시와 행시를 모두 합격했으나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사법연수원 24기로 지난해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고 있다.
조 부장판사는 최근 영장심사에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는 경우 기업인의 영장을 기각했다. 법리상 다툴 여지가 있을 경우 혐의사실 증거에 중점을 두고 판단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조 부장판사는 신동빈 회장, 존 리 전 옥시 대표,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 사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등 최근 재계의 굵직한 영장심사를 맡아 모두 기각결정을 내렸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지만 기업인들의 영장을 놓고는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한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범죄사실을 놓고 증거가 확실한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회삿돈 40억 원을 빼돌린 등 혐의로 청구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구속영장을 놓고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영장 가운데 조 부장판사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의 영장 등 4건을 발부했다. 조 부장판사가 지금까지 특검에서 청구한 영장을 기각한 것은 김상률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 영장 1건에 그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도 범죄사실의 증거를 놓고 조 부장판사의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 만큼 영장발부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그룹의 경영공백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는 특검이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수뇌부를 제외하고 이 부회장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을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위증 등 3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검이 산정한 전체 뇌물공여 액수는 430억 원이다.
영장심사에서 특검 측 ‘칼잡이’로 양재식 특검보와 한동훈 부장검사, 김영철 검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와 심문을 담당했던 검사들이다.
특히 한 부장검사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사건 등 대형 기업수사를 맡아 윤석열 수사팀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재계의 저승사자’로 꼽힌다.
삼성그룹도 오너의 구속이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순실씨 지원 등 혐의로 기소되고 재판을 받더라도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입장에서 구속과 불구속은 하늘과 땅 차이다. 박근혜 게이트 관련 재벌그룹 총수 첫 구속일 뿐더러 삼성그룹 총수 첫 구속이란 불명예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법무법인 태평양의 문강배 변호사(16기) 등이 특검의 칼날에 맞설 방패막이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16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특검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