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세수확보를 위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오름세를 보이는 국내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에 ‘세수 확보’와 ‘증시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증권거래세 예전대로, 당정 '세수확보 vs 증시 회복 찬물' 고심

이재명 정부가 조만간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와 증권거래세 상향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세수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물이 된다는 견해가 부딪히고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최근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합뉴스>


28일 정치권과 기획재정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만간 발표될 ‘2025년 세제개편안’에 윤석열 정부에서 50억원까지 완화됐던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주주 양도세는 상장 주식 종목당 보유액 또는 지분율이 기준을 넘는 투자자를 대주주로 지정,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면 현재 ‘종목당 50억 원 이상 보유’에서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로 바뀌어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요구해 왔다. 매해 연말마다 대주주들이 양도세 기준을 넘는 주식 물량을 처분하는 일이 반복돼 국내 주식시장 지수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대주주 양도세는 양도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12월31일)을 기준으로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즉 12월31일 기준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 보유액이 대주주 기준을 넘어가면 다음 해 해당 종목을 팔 때 양도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이번에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이 강화되면 올해 연말에도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개인 투자자는 예외 없이 폐장일 전 2거래일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대주주 양도세 부과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주주 양도세는 연말 기준만 피하면 얼마든지 세금을 회피할 수 있어 세수 증가효과가 불확실하고 연말에 불필요한 시장 왜곡을 발생시킨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시장 왜곡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게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각종 감세와 최근 몇 년 사이에 발생한 세수펑크를 메꾸기 위해서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윤석열 정부가 완화하기 이전으로 되돌려야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일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50억 원으로 완화한 것이 ‘과세 형평’과 ‘세수’를 모두 무너뜨렸다며 복원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원상복구에 관한 질문에 “법인세 원상복구만으로는 세수 부족을 메꿀 수 없을 것”이라며 “그 문제(대주주 양도세 기준 복구)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도 올해 4월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말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완화하면서 2024년 양도분부터는 세수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며 “대주주 양도세 정책은 과세형평과 세수보전 차원에서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세수확보를 위한 증세라 하더라도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제 막 치고 올라오는 국내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은 지난 14일 입장문에서 “과거 10억 원에 대주주가 되던 시절 2022년의 경우 폐장일 전날 하루에 1조5천억 원의 대주주 회피 매물 폭탄이 쏟아져 주가 하방 압력을 가한 바 있다”며 “증시 활성화를 통해 부족 세수를 보충하는 것이 모범답안”고 지적했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증권거래세 예전대로, 당정 '세수확보 vs 증시 회복 찬물' 고심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28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는 증시부양으로 지지를 받아온 이재명 정부 관점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를 추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일제히 정부여당의 대주주 양도세 기준 관련 방침을 직격하며 투자자들의 불만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최근 논란이 되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하향하는 건 금융투자소득세 시즌2가 될 것이 뻔하다”며 “큰손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를 유도해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25일 페이스북에 “대주주 기준을 낮추면 과세 대상이 확대되고 그로 인한 연말 매도세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피해는 오히려 세금을 내지 않는 소액 투자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주주 양도세 강화보다는 증권거래세(거래세)를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란 시선도 있다. 정부가 거래세를 낮춘 것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이뤄진 조치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세수가 지금 수조 원이 빠져 버렸는데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았으니 거래세는 원상회복,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 0.15%를 0.18%로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증권거래소 징수액은 주식시장 불황 여파로 2021년 10조3천억 원에서 2023년 6조1천억 원, 2024년 4조8천억 원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 주식시장이 2021년이나 지난해보다 활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증권거래세를 올리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다만 ‘개미’라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증권거래세 상향 조정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정부로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발생하는 세금으로 투자자가 손실을 보더라도 무조건 부과되는 데다 투자자들의 거래 행위에 직접적으로 세금을 부과해 거래가 잦은 소액 투자자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설명자료를 통해 증권거래세와 대주주 양도세 원상복구 논의를 두고 “2025년 세제개편안은 논의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