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 연합이 과반 의석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불안한 리더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과 무역 협상에도 일본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리며 미국의 관세 등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도 협상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이시바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입지를 강화하려 했지만 오히려 총리직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이뤄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연합은 46개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과반 의석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했던 50석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이민자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인 반면 자민당은 유세 기간에 미국과 관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실책을 안았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총리는 그동안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일본의 이해관계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앞세우며 자동차와 농업 등 주요 분야에서 양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에 25% 수입관세 책정을 포함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일본을 압박해 왔는데 일본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앞세웠다.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자민당 연합의 선거 패배는 이시바 총리가 사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총리가 교체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8월1일로 예고한 무역협상 시한 전까지 미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대로 모든 일본산 수입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 협상을 이유로 들어 총리직을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의 요구와 국민의 여론을 고려한다면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만큼 미국과 합의를 이뤄내더라도 이는 국회에서 지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자연히 이시바 총리가 앞으로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이전과 같은 태도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미국 씽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이시바 총리는 미국의 관세 인하나 면제를 기대하고 기존의 전략을 밀어붙여 왔다”며 “그러나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일본과 무역 협상에서 관세 인상 등 요구를 관철하는 데 성공한다면 자연히 한국에도 비슷한 조건으로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기회로 삼아 이시바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을 증명해야 했지만 결국에는 유권자들에 외면받는 정책을 앞세운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본이 결국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등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미국과 무역 합의를 이뤄낸 영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가가 높은 관세율을 받아들여야만 했다며 일본도 같은 결과를 피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한국도 자연히 미국과 진행하는 무역 협상에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과 일본을 두고 비슷한 협상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핵심 타깃으로 두고 유사한 대응 전략을 앞세워 왔다. 두 국가에는 현재 25%로 동일한 관세율이 예고됐고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도 겹친다.
일본 정부가 뚜렷한 대책 없이 미국의 관세 인상을 대부분 받아들인다면 미국은 이를 기준으로 삼아 한국에 대동소이한 조건을 내걸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일본 이시바 정부의 협상력 약화는 한국과 미국 통상 논의에도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에 상대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보이던 이시바 총리가 자국 정치권의 압박에 물러난다면 한일 관계 악화는 물론 한미일 3국 동맹에도 더 큰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무역 협상은 출범 초기인 이재명 정부에도 중요한 시험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에 이어 일본의 정치 환경 변화도 악조건을 더하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일본과 미국의 논의 상황을 긴밀하게 살피고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 트럼프 정부와 협상 전략을 원점에 가까운 수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 분석기관 굿오써리티는 “최근 한국과 일본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미국과 아시아 동맹 체계의 근본적 재편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