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이앤씨가 ‘국내 1호’ 타이틀을 지닌 모듈러 사업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모듈러 시장 개화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성장과 수익 기로에서 수익성에 좀 더 집중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이앤씨 '국내 1호' 모듈러 사업 부문도 1보 후퇴, 성장과 수익 기로에서 '선택과 집중'

▲ 포스코이앤씨가 ‘국내 1호’ 타이틀을 지닌 모듈러 사업에서 한 걸음 물러선다.


26일 건설업계 말을 들어보면 포스코이앤씨 자회사 포스코에이앤씨건축사무소가 모듈러 설치·제작 사업을 이 분야 국내 1위 유창 E&C에 매각한 것을 놓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선 재계 순위 6위 그룹의 계열사가 중소업체에 사업을 매각하는 일이 흔한 경우는 아니라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은 공장에서 표준화된 모듈 70% 이상을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해 건축물을 완성하는 대표적 탈현장 공법(OSC·Off-Site Construction)이다. 공사기간 단축과 현장 인력난 대응, 환경대응 등에서 우수한 건설업계의 미래 먹거리로도 꼽힌다.

철강업계도 고부가가치 신시장으로 보고 공을 들였고 포스코그룹 역시 그동안 ‘스틸 모듈러’로 힘을 실었다. 

특히 포스코에이앤씨는 이 가운데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신기초등학교(2003년)와 최초 공동주택 청담 뮤토(2012년) 등에 참여하며 선구자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포스코이앤씨가 모듈러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 이례적인 셈이다. 유창E&C는 모듈러업계 1위로 성장했고 포스코와 협력도 이어왔지만 덩치 면에서는 포스코이앤씨에 크게 못 미친다.

포스코에이앤씨는 사업 부문 양도 목적으로 ‘주력사업 집중을 위한 자산 효율화’를 제시했다. 설치와 제작 사업은 그만두지만 설계와 감리 등은 그대로 수행한다.

포스코에이앤씨 관계자는 "모듈러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정책과 공공 지원에도 민간 시장에서는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며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모듈러 사업의 제작기술과 설치 노하우를 협력사에 이관해 상생의 관계로 산업 육성에 기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에이앤씨는 본원사업인 설계 및 CM(건설사업관리) 분야를 통해 모듈러 시장에 접근하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해 시장 변화에 맞춰 나갈 것"이라며 "향후 모듈러 시장 설치 및 제작 사업 진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국내 1호' 모듈러 사업 부문도 1보 후퇴, 성장과 수익 기로에서 '선택과 집중'

▲ 철강업계에서도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강구조센터가 4월10일 이사회를 열고 현안을 논의했다. 당시 모듈러주택 활성화를 위한 주택법 개정 발의 및 입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철강협회>


포스코그룹은 국내 모듈러 시장 성장이 더딘 가운데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모듈러사업에서 힘을 뺀 것으로 보인다.

모듈러 시장은 2020년만 해도 574억 원 규모에 그쳤지만 2023년 8055억 원 가량까지 급성장했다. 2030년에는 최대 4조 원 이상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온다.

다만 막대한 투자비용 대비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공공발주 위주로 모듈러 시장이 흘러가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업계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듈 조립 특성상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데다 각종 규제나 인센티브 장벽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포스코이앤씨는 모듈러 사업을 놓고 결국 수익성과 성장성 가운데 당장의 수익성에 무게를 두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 침체 아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분기에도 피앤오케미칼 지분과 포스코DX 전력수요관리 사업 등 6개 자산 매각으로 2866억 원을 확보했다.

포스코이앤씨도 그룹 기조와 마찬가지로 수익성을 두고 고민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른 건설사 대비 재무적으로는 탄탄하지만 영업이익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

3월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16.7%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3%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이는 건설경기 침체 속 업계 상위권으로 여겨지며 신용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1.31%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여겨진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탄탄한 재무를 토대로 수익성 확대 전략을 둔 고민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나 미래 먹거리 선점 차원에서 모듈러에 관심을 계속 둘 필요는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 반등 측면에서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모듈러는 포스코이앤씨가 사명을 바꾸며 확대 의지를 내보인 친환경 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포스코건설은 2023년 사명을 포스코이앤씨(E&C·Eco&Challenge)로 바꾸며 모듈러 주택을 비롯한 친환경·미래 사업을 확장해 미래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향후 모듈러 관련 전략을 두고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설계와 감리 중심으로 모듈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 향후 시장 성장이 본격화했을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가 사명을 바꾸던 시절에는 포스코에이앤씨가 모듈러 주택 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며 “다만 현재는 업계나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포스코이앤씨도 이와 관련해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