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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35조 원 규모 금융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성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멀게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황을 떨치고, 가깝게는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숨통이 트일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미국발 상호관세라는 또 한 번의 충격파를 견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제는 경제다] 4대 금융지주 '내수안정' '수출지원' 중책 맡아, 시장 안정에 총력](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410/20241022142727_197975.jpg)
▲ 4대 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의 중책을 맡는다.
앞선 사건들로 인해 내수경기가 이미 취약해진 가운데 상호관세는 그나마 견고한 지점이었던 수출경기를 직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2024년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 효과 분석’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 2.04% 가운데 수출의 기여도가 1.93%포인트였다고 분석했다. 수출부문의 효과를 제외하면 경제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이처럼 성장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전 지구적 차원의 관세전쟁은 우리 경제의 앞길을 어둡게 한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0%대 전망을 내놓은 것도 과도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 수십 년 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을 뒷받침하는 4대 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각 국가별로 책정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한국의 상호관세는 25%로 정해졌다.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는 9일부터 90일 동안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으나 미국이 고율관세 부과를 예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여기에 품목별 관세는 별도다.
자칫 대응 시기를 놓치면 한국 경제성장을 주도해 온 수출기업들이 금융시장의 취약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룻밤 사이 변하는 상호관세 정책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주효하다.
대표적으로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발표된 시점에 30원 가까이 내렸다가 상호관세 우려에 곧바로 튀어 올라 1467원(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마감했다.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상호관세에 따른 갈등이 격화하면 오르고, 상호관세 유예 가능성이 점쳐지면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최근 일주일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약 70원 수준까지 벌어졌다.
4대 금융은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시장안정이라는 중책을 떠안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대통령 탄핵과 미국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다룬 7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는 4대 금융 회장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보다 충실히 해 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중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대 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4대 은행은 총자산을 기준으로 국내 은행권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를 미뤄봤을 때 4대 금융은 국내 금융산업의 절반 이상을 움직이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4대 금융이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다.
4대 금융이 발 빠르게 지원방안을 들고 나온 점도 이들에게 주어진 역할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는 경제다] 4대 금융지주 '내수안정' '수출지원' 중책 맡아, 시장 안정에 총력](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4/20250415173140_58918.jpg)
▲ (왼쪽부터)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7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금융상황 점검회의 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일제히 조 단위 지원책을 발표했다.
KB금융은 8조 원, 신한금융 10조5천억 원, 우리금융 10조2천억 원 등이다.
하나금융은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다. 하나금융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가 발표된 직후인 3일 6조3천억 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 계획을 내놨다.
모두 35조 원이다.
35조 원에는 수출기업 지원뿐만 아니라 내수부양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도 함께 담겼다.
전체 지원 규모에서 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규모는 16조 원 수준이다.
금융지주들은 소상공인 지원책을 따로 준비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소상공인을 위한 별도의 금융지원안도 실시한다. 소상공인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최대 1.9%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3천억 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을 담았다.
우리금융도 연간 700억 원 규모로 소상공인 특화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가장 큰 시장 불안 요인은 경기 침체 우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2월보다 1.8포인트 내렸다. 3개월 만의 하락이었다. 내수부진에 수출둔화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 악화 우려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내수회복 역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인 셈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4대 금융의 금융지원 방안을 두고 건전성 악화, 주가 부진 등을 우려한다.
4대 금융 한 관계자는 “보증서 지원 등 방안이 포함돼 있어 시장 걱정과 달리 건전성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지원방안의 목적이 금융시장 안정인 만큼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