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SMC 향한 관세 협박에 미국과 대만 동맹 불안, 대만 총통 관계 회복 '총력'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블룸버그에 기고문을 내고 미국에 평균 관세율 0% 적용을 비롯한 여러 제안을 내놓았다. TSMC 및 대만을 향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대만 내부에서 중국과 교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응하는 성격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서 제조되는 TSMC 반도체에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미국과 대만의 관계도 불안해지고 있다.

대만 내부에서 이를 계기로 미국과 동맹에 회의론도 힘을 얻으며 중국과 교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런 상황에 대응해 미국에 관세율을 0% 수준까지 낮추는 방향의 논의를 공개적으로 제안하며 미국과 굳건한 관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 “대만은 미국과 교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두고 있다”는 라이칭더 총통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트럼프 정부가 TSMC 및 대만을 겨냥한 수입관세 및 방위비 인상 계획을 내세우며 압박을 더하자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한 것이다.

라이 총통은 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위협에도 굳건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도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대만이 미국에서 전투기를 수입하거나 TSMC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사례가 미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라이 총통은 “대만은 미국과 제조 및 기술 분야 협력에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이러한 원칙을 바탕에 두고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응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대만에 32%의 고율 수입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후 시행 시기를 늦췄지만 아직 관세율을 낮추겠다는 뜻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서 생산되는 TSMC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며 꾸준히 압박을 더해가고 있다.

라이 총통이 미국의 이런 위협에도 보복관세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대신 최대한 우호적 분위기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번 기고문에서 라이 총통은 대만이 미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평균 6%의 관세율을 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만과 미국이 서로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관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무역 논의를 재개해 나가려 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됐다.

대만이 미국산 물품 수입을 늘려 그동안 이어져 온 무역수지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도 언급됐다.

미국에서 에너지와 농산물, 산업용 제품 등의 수입을 늘려 반도체 수출 증가에 따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TSMC 향한 관세 협박에 미국과 대만 동맹 불안, 대만 총통 관계 회복 '총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라이 총통은 대만이 미국 전투기와 전차, 탄도미사일 등을 더 적극적으로 사들여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전했다.

TSMC 이외에 다른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서 투자 확대 기회를 찾게 될 수 있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전자제품과 정보통신, 에너지와 석유화학 제품 등이 예시로 꼽혔다.

더 나아가 대만이 수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저가 제품 수출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대만과 무역 협상에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요소들을 라이 총통이 선제적으로 언급해 해결을 약속하며 적극적 변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대만 총통이 직접 외신에 이러한 글을 기고한 것은 미국 정부뿐 아니라 자국 정치권 및 국민들에도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대만 관세 부과와 TSMC 투자 압박, 반도체 수입관세 계획 언급 등을 계기로 대만 내부에서 미국과 동맹 관계에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만에 적용되는 미국의 관세는 양국 관계를 흔드는 동시에 중국과 협력 확대에 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동맹 관계인 미국이 대만의 이해관계와 어긋나는 무역 정책을 앞세우며 신뢰가 약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 교역 확대로 타격을 만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칭더 총통은 강력한 반중 성향을 띠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와 관계 회복에 주력해 이러한 정치권 및 국민의 의견을 서둘러 잠재우려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만에 다소 불리한 방향으로 무역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미국과 서둘러 논의를 진행해 동맹 관계에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라이 총통은 “공정한 무역과 평화, 안정을 바탕에 둔 미국과 대만의 우정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 무역환경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