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삼성SDI 미중 '관세 전쟁'에 기회 본다, 테슬라 ESS배터리 대안 꼽혀

▲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ESS 제품 메가팩 조립 공정에서 일하고 있다.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 사이 고조되는 ‘관세 전쟁’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내 ESS 설비 업체는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를 수입해서 썼는데 관세 인상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같은 날 즉시 시행한 '대 중국 상호관세 125%'로 미국 내 ESS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도 대미 84% 맞불 관세를 10일 발효했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하나가 발을 빼거나 둘 다 타격을 입는 ‘치킨게임’ 국면으로 격화되는 분위기다.

향후 양국 협상과 논의를 통해 관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자동차와 에너지, 철강 등 미국 정부가 핵심 산업으로 꼽는 부문에는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에너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기 어려워 협상 목록에서 빠지거나 일정 수준의 관세가 붙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무역 장벽이 세워지면 전기차에 이어 핵심 사업인 ESS에 CATL의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을 미국에 들이던 테슬라도 다급하게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10기가와트시(GWh)의 ESS를 배치해 분기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최근 부진한 전기차 판매와 대비해 실적 견인차가 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번에 관세 변수를 맞은 셈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수입품에 104% 관세가 부과된다면 ESS용 대형 배터리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평균 322달러로 58%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125% 관세율 아래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부과한 125% 관세로 테슬라 ESS 배터리팩 비용은 2배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은 동남아 공장에서 우회수출과 같은 다른 방법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이러한 노력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전문매체 PV매거진은 “전기차 및 배터리 에너지 저장 산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조치에 특히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LG엔솔 삼성SDI 미중 '관세 전쟁'에 기회 본다, 테슬라 ESS배터리 대안 꼽혀

▲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단독 공장. 올해 2월28일 공개된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 LG에너지솔루션 유튜브 갈무리 >


이런 상황은 한국 배터리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SS용 LFP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비 중국 기업 가운데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매체 에너지스토리지뉴스는 대 중국 관세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기업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단독공장에 ESS용 LFP 배터리 제조 라인을 갖추고 올해 연말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월18일 이사회를 열어 미시간주 현지 자회사에 한화로 2조 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의하기도 했다.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협력사라는 점도 ESS용 배터리 공급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삼성SDI 또한 한국 울산 사업장에 ESS용 LFP 배터리 마더라인 구축을 시작해 2026년 양산 및 글로벌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 단독공장 설립도 중장기 계획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SK온 또한 올해 ESS 수주를 미국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현대차증권은 4월3일자 보고서를 통해 “대 중국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 내 ESS 공장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내 다른 대안이 거의 없다는 점도 K-배터리 기업에 유리한 요소다. 

미국 셀 제조업체와 배터리 스타트업이 에너지 저장 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자금 조달이나 기술 전문성 확보 등 장애물이 많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ESS용 배터리의 69%가 중국산이라는 블룸버그 집계 결과도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아직 유효하다는 점도 미국 내 ESS 생산 설비를 준비하는 기업에 유리한 지점이다. 

IRA 생산세액공제(PTC)는 kWh당 35달러 세액 공제를 제공해 관세로 단가가 오를 중국 제품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요컨대 미중 관세 전쟁으로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내 ESS 사업자들이 대체 공급처를 모색할 수밖에 없어 K-배터리 기업의 몸값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스토리지뉴스는 “미국 내 소규모 공급업체 다수는 중국 배터리 제조기업과 경쟁할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미국 내 ESS 프로젝트가 지연 또는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짚으며 업황 자체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