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플에 '관세 압박' 재차 승리, 글로벌 제조사에 미국 투자 압박 커지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내며 관세 압박을 통한 미국 내 투자 요구에 재차 승기를 잡았다. 이런 전략이 글로벌 제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미국에 5천억 달러(약 715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의 수입관세 정책에 면제권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압박으로 투자를 이끌어내는 전략에 재차 승기를 잡으며 다른 빅테크 기업과 글로벌 제조사에 비슷한 전략을 적극 앞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투자 계획 발표로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미국에 인공지능(AI) 서버를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하고 반도체 제조 시설에도 투자하는 등 4년 동안 5천억 달러의 금액을 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 인력을 신규 고용하는 등 2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반도체를 TSMC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애플이 트럼프 정부 임기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것은 최근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수입관세 인상 정책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제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애플이 트럼프 정부에서 면제권을 획득하기 위해 내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대중국 관세 정책에 대응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고 결국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데 세금을 면제받았다.

이번에도 관세를 피하기 위해 사실상 이전과 같은 전략이 반복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소셜네트워크에 “애플과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 감사를 전한다”고 화답하며 이는 미국 정부가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두고 증권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UBS는 보고서를 내고 “애플이 발표한 내용은 알맹이가 빠졌다”며 “미국에 5천억 달러를 들이겠다는 계획은 현재 공급망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 목표”라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 공급망에서 미국의 비중이 10%에 그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분야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5천억 달러의 투자 계획 가운데 대부분이 애플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와 겹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전했다.
 
트럼프 애플에 '관세 압박' 재차 승리, 글로벌 제조사에 미국 투자 압박 커지나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애플 연구개발 설비.

애플은 2018년부터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설비 투자 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새 투자 방안에 포함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애플이 이번에 내놓은 지출 계획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일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폭도 예상보다 작을 공산이 크다.

반면 애플의 투자 계획이 트럼프 정부와 관계 개선 측면에서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연구원은 이를 두고 “팀 쿡 CEO가 자신의 정치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며 “애플이 트럼프 정부에서도 순탄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계기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애플 제품에 관세 면제 조치를 적용한다면 팀 쿡 CEO의 전략은 훌륭한 성과로 남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다른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아낸 만큼 다른 업체에도 비슷한 압박을 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을 비롯한 극단적 정책으로 기업들을 압박한 뒤 이를 협상카드로 삼아 미국 내 투자를 이끌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임기 중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애플과 같은 해외 기업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도 트럼프 1기 정부에서부터 이러한 압박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시행 가능성을 예고한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수입 관세도 글로벌 제조사를 대상으로 미국에 투자 확대를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에 애플의 투자 발표 성과를 앞세우며 “미국 정부가 나아가는 길에 확신이 없었다면 그들은 미국에 단 한 푼도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