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고전' 김동선 반도체 장비로 반전 시도, 한화세미텍 차세대 HBM 패키징 장비 승부수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갤러리아 백화점 등 유통 사업 부진을 반도체 장비 사업에서 만회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 부사장(오른쪽)이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전시회에서 한화세미텍 부스를 방문한 모습. <한화세미텍>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 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화세미텍의 미래비전총괄직을 무보수로 맡으며, 반도체 장비 사업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과 함께 급격히 성장할 반도체 장비 사업에서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 한화세미텍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SK하이닉스와 2021년부터 함께 개발 중인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패키징 장비에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한 가운데,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 사업 부진을 반도체 장비 사업으로 만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65%를, 김 회장의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지분 22.16%를 가지고 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조선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부문을, 3남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를 담당하며 유통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2023년 11월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 취임한 이후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31억 원과 당기순손실 18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8.1% 감소했다.

그는 지난 10일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직을 무보수로 맡기로 했다. 그가 총괄직을 맡으면서 한화정밀기계란 회사 이름도 현재 한화세미텍으로 변경했다.
 
'한화갤러리아 고전' 김동선 반도체 장비로 반전 시도, 한화세미텍 차세대 HBM 패키징 장비 승부수

▲ 한화세미텍의 반도체 다이 본더 장비 'SDB-1'. <한화세미텍 홈페이지 갈무리>


김 부사장은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TC본더 등 후공정 분야에선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 기술”이라며 “신기술 투자에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장비 사업은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위한 장비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HBM 제작용 TC본더 패키징 장비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며 급부상장한 한미반도체와 함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SK하이닉스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위한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범프 없이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기존 다이렉트 본딩과 구리 본딩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전력효율과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차세대 HBM4에 필수 기술로 평가된다.

빌 엔 AMD 부사장은 ‘세미콘 코리아 2025’ 기조연설에서 “전력 공급이 늘지 않는 한 서울시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데이터센터에 투자해야하는 수준”이라며 “집적도를 높여 전력효율을 향상시키는 하이브리드 본딩 패키징 기술은 필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화세미텍이 HBM에서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와 HBM4E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개발에서 협력하고 있는 만큼, 올해와 내년 장비 공급 실적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현재 5세대 HBM3E를 공급하고 있고, 6세대 HBM4 공급도 확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HBM 제조 장비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사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오랜 시간 SK하이닉스에 HBM 장비를 공급해온 한미반도체는 내년 새로운 하이브리드 본딩 패키징 장비를 선보일 계획이다. 싱가포르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PT도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에 패키징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또 오스트리아 EV그룹, 네덜란드 베시 역시 관련 장비를 개발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납품을 노리고 있다.

이와 함게 한미반도체와 진행 중인 소송 역시 풀어야할 과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12월 당시 한화정밀기계를 HBM용 TC본더 모듈 관련 특허권 침해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989년 설립된 한화세미텍은 국내 최초로 칩 마운터를 개발하는 등 반도체 장비, 공작기계, 산업용 설비 등을 제조하고 있다. 2023년 매출은 전년 대비 25% 줄어든 3904억 원, 영업손실 443억 원을 기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