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X 광고주 설득에 정치적 영향력 악용 정황, "반독점 소송 암시" 

▲ 일론 머스크(뒤쪽 가려진 인물)가 19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가 기업에 광고 게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을 악용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X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정부에 입김을 넣어 광고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 소송과 같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광고 대행사 인터퍼블릭 소속 변호사 제보를 인용해 “X 법률 대리인이 지난해 12월 전화를 걸어 ‘일론 머스크 플랫폼에 더 많이 광고를 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린다 야카리노 X 최고경영자(CEO)가 인터퍼블릭에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까지 꺼냈다는 주장도 전해졌다. 

인터퍼블릭은 최근 다른 광고사 옴니콘과 합병을 발표했는데 미 정부 반독점 조사로 이 건이 지연되거나 철회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는 것이다.

실제 합병 소식 직후 짐 조던 미국 하원 법사위원장(공화당, 오하이오)이 반독점 관련 우려를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른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최근 인터퍼블릭은 X와 연간 광고 계약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비록 인터퍼블릭은 고객사 의견에 따라 광고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X의 부당한 압력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X가 광고 유치에 다소 무리한 방식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영향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데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연방정부 기관을 움직이도록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아마존과 애플 등 대형 광고주가 X에 광고를 재개했다는 점도 거론됐다. 통신사 버라이즌도 X에 다시 광고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지지로 보이는 글을 X에 올려 광고 효과가 떨어질 걸 우려해 거래를 중단했었다. 이후 그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따라 광고주로 다시 복귀하는 셈이다. 

X는 또한 자신에 광고를 끊었던 다수 기업을 상대로 담합 협의를 주장하며 지난해 8월 직접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에 소송 대상 기업에 광고 복귀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케팅 업체 에비큐티의 루벤 슈로이어스 CEO는 “X에 광고를 싣지 않으면 법적 또는 정치적 압박이 들어올 걸 우려하는 기업이 많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