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여름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과 내년 출시할 갤럭시S26 시리즈에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탑재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는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되지 못했고, 모든 AP는 퀄컴 스냅드래곤이 채택됐다. 엑시노스가 탑재되지 않은 갤럭시S25 시리즈가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자,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엑시노스가 내년 이후 출시될 차기 스마트폰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흥행은 엑시노스 위기?, 노태문 원가 경쟁력과 성능 사이 고심 깊어져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갤럭시S25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사장은 자체 AP 탑재를 통한 스마트폰 원가 절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부족한 성능으로 비판 받아온 엑시노스 탑재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스마트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올해 7월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7’과 보급형 ‘갤럭시Z 플립 FE’에 ‘엑시노스2500’이 탑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할 갤럭시S26 시리즈에도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나노 공정을 활용한 ‘엑시노스2600’을 탑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퀄컴의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만 탑재한 갤럭시S25 시리즈가 역대급 판매 흥행을 예고하면서, 차기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AP가 탑재된다면 판매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증권은 올해 갤럭시S25 시리즈 연간 누적 판매량 전망치를 3700만 대로 잡았다. 지난 2016년 갤럭시S7의 4900만 대 이후 9년 만에 최다 판매량이다. 이는 갤럭시S24 시리즈 판매량보다 6% 증가한 것으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성장률인 3%를 상회하는 것이다.

갤럭시S25 시리즈의 흥행 이유에는 향상된 인공지능(AI)과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 기능 향상 측면이 존재하지만, 하드웨어에서 전 기종 스냅드래곤8 엘리트 탑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갤럭시S25 기본 모델과 갤럭시S24의 하드웨어 성능을 비교하면 동일한 배터리 용량, 같은 해상도와 디스플레이, 동일한 카메라 센서가 탑재됐다. 무게가 6g 가벼워졌고 모서리가 둥글어진 디자인을 제외하면 하드웨어는 사실상 동일하다.

차이는 갤럭시S24 시리즈가 기본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 지역별로 엑시노스2400과 스냅드래곤8 3세대 AP를 병행 탑재한 것뿐이다. 심지어 갤럭시 AI와 OS는 이전 세대 갤럭시S24 시리즈와 S23 시리즈에도 업데이트돼, 갤럭시S25 시리즈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갤럭시S25 시리즈가 판매 흥행을 보이는 것은 퀄컴 AP의 전 모델 탑재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갤럭시S25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면 할수록, 엑시노스 AP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엑시노스 시리즈는 경쟁사인 퀄컴, 애플 AP와 비교해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긱벤치6’에 올라온 엑시노스2500의 싱글과 멀티코어 점수는 각각 2358점과 8211점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흥행은 엑시노스 위기?, 노태문 원가 경쟁력과 성능 사이 고심 깊어져

▲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삼성전자>


이와 비교해 스냅드래곤8 엘리트의 싱글코어 점수는 3196점, 멀티코어 점수는 1만1115점 이었다. 엑시노스2500이 싱글코어에서 36%, 멀티코어에서 19%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애플의 A18 프로보다도 각각 32%, 4% 부족한 성능을 보였다.

그럼에도 노태문 사장이 엑시노스 탑재를 고민하는 것은 원가절감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A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이다.

삼성전자 관련 정보유출자(팁스터)에 따르면 엑시노스2400의 갤럭시S24 탑재 가격은 30달러(약 4만 원) 수준으로, 스냅드래곤8 엘리트(190달러)보다 6배 이상 저렴하다. 심지어 퀄컴은 매년 AP 가격을 20~30% 인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저렴한 자체 AP를 탑재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MX사업부 영업이익률은 2023년 10.75%에서 2024년 9.04%로 하락했다.

노 사장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초 갤럭시S25 시리즈에 ‘엑시노스2500’을 탑재하려고 했으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었던 엑시노스2500의 수율(완성품 비율)이 올라오지 못하면서 끝내 탑재가 무산됐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