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2월] AI 없이 한국산업 미래 없다, 제2의 기술벤처 붐 조성 시급

▲ 중국의 생성형 AI '딥시크' 등장이 그동안 미국 주도의 AI 기술 패권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각종 첨단기술 대중국 규제에도 더 낮은 비용으로 챗GPT에 버금가는 AI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한국 AI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 등장이 연일 화제다.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그동안 세계 AI 기술 패권은 미국이 주도하는 듯 했다. 하지만 더 낮은 개발비용에 챗GPT에 버금가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중국이 내놓자 전 세계 시장은 일대 충격에 빠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박 카드가 세계 주식 시장 등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현재 전 세계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AI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AI 개발을 막기 위해 수많은 수출규제를 동원했지만, 딥시크 등장으로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 경제 패권 경쟁의 핵심은 AI 등 첨단 기술산업에서 갈릴 것이라고 판단한 미국은 줄기차게 중국 공급망을 막아왔지만, 중국의 첨단 기술력 진보를 결국 막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쟁과 갈등의 고리는 AI를 통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장차 로봇, 자율주행차, 바이오 등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AI 기술력을 확보한 것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금 지원정책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AI 스타트업과 AI 인재를 양성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을 배출한 항저우는 지금 AI 스타트업이 수 천개에 달한다. 항저우에는 지금 ‘AI 류사오룽(六小龍·육소룡)'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한다. 6마리의 작은 용은 다름 아닌 딥시크를 비롯해 유니트리, 딥로보틱스, 브레인코 등 AI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유니콘 기업을 말한다.

항저우시는 현재 약 1천 여개 AI 스타트업을 3년 내 3천 개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한다. 항저우 AI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 출신이 아니라 항저우 저장대 공과대 출신들이다. 중국 당국의 AI 인재 양성 노력이 딥시크라는 결과물을 창출한 것이다. 

기술 인재가 대부분 의대로 가거나 해외로 빠져버리는 한국과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한국 AI 기술력은 중국의 10분의 1도 쫓아가지 못한다. 이대로 가면 한국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미국 AI 연구기관 에포크AI의 ‘2024 주목할 만한 AI’ 통계에 따르면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은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36개로 1위였고, 중국이 10개로 2위였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2013∼2022년간 한국의 AI 민간 투자 누적액은 56억 달러로 세계 9위에 머무른 반면, 선두를 달리는 미국의 누적 투자액은 44배인 2489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2023년 147억5천만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했다. 지난해엔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10% 늘려 68조6000억 위안(약 1경3천조 원)으로 책정하고, AI산업 육성정책인 ‘AI+ 행동’을 발표했다.

 
[데스크리포트 2월] AI 없이 한국산업 미래 없다, 제2의 기술벤처 붐 조성 시급

▲ 샘 올트먼 오픈AI CEO(오른쪽)가 지난 1월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720조 원 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발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딥시크 쇼크로 최근 국내 정치계가 서둘러 20조원을 추경예산으로 확보해 일부를 AI 산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법석을 떨고 있다. 그것도 여야는 AI 산업 낙후의 원인을 서로 네 탓이라고 돌리며 정치 공방만 일삼고 있다.

또 AI 기술력 낙후 지적에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3만개를 2027년까지 구매하겠다는 것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중국이 딥시크를 탄생시킨 것은 엔비디아의 값비싼 신형 AI 반도체를 구매했기 때문이 아니다. 값비싼 AI 반도체를 쓰지 않고도 챗GPT에 버금가는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AI 개발 인재 양성과 함께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등 생태계를 키웠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AI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할 일은 추경도 아니고, 값비싼 엔비디아 칩 구매도 아니다. 

AI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AI 인재를 육성할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이 먼저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조선, 자동차, 가전, 석유화학 등 대부분 제조업이 10여 년 전부터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중국의 이같은 제조업이 급성장하며 우리 제조업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면 현 주력 산업은 대부분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럼 앞으로 대한민국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미래 산업이라고 평가되는 AI, 로봇, 자율주행차, 바이오, 항공우주 등 어느 분야에서도 우리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게 없다.

20조 추경 운운할 게 아니라, IMF 외환위기 후 DJ 정부가 경제부흥 뉴딜로 강력히 추진했던 ‘벤처 붐’과 같은 과감한 정책을 AI, 로봇,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 다시 추진해야 한다. 

강력한 창업투자 지원으로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금이라도 육성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될 AI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면,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기술강국 코리아를 외칠 때다. 김승용 산업&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