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맞닥뜨렸다.

KB국민은행은 노사가 성과급 등 임금협상 조건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6년 만에 총파업 돌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행장은 앞으로 내부통제 강화부터 묵직한 과제들을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십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KB국민은행 성과급 갈등으로 6년 만에 총파업 기로, 이환주 리더십 시험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6년 만의 총파업을 눈앞에 두면서 노조와 성과급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5일 KB국민은행 안팎에 따르면 전날 이환주 행장과 김정 노조위원장이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상 대표자회의를 통해 직접 교섭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갈등의 핵심인 성과급(통상임금의 300%+1천만 원)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행보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13일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조정이 결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고 조합원 95.6%의 찬성표를 받아둔 상황이다. 앞으로 노사 교섭과정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조가 실제 쟁의행위를 강행한다면 국민은행은 2019년 뒤 6년 만에 총파업 사태를 맞게 된다.

이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위기관리 역량을 시험받게 된 셈이다.

이 행장은 올해 1월 취임했다. 체제 변화에 따른 새로운 리더십 확립이 중요한 시기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책무구조도 본격 도입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와 인도네시아 KB뱅크의 적자 탈출 등 해외사업 정상화, 자본관리를 통한 그룹 밸류업 뒷받침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올해는 내수침체와 금리인하,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경영환경도 만만찮다.

조직 내부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만큼 노조와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앞서 2019년 임금피크제 도입시기와 성과급 규모,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제도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노조가 19년 만에 총파업을 한 적이 있다. KB국민은행 노조 합산에 따르면 2019년 1월8일부터 시작된 총파업에는 조합원 9천여 명이 참여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총파업 15일 만에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합의해 상황을 마무리 지었지만 여파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KB국민은행 부행장부터 지역영업그룹 대표까지 경영진 50여 명은 노조의 총파업을 나흘 앞두고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강대강으로 맞섰지만 파업이 강행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이 행장은 취임일성으로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을 앞세웠는데 내부에서부터 엇박자를 낸다면 조직 이미지에도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고연봉 직군인 데다 높은 이자수익으로 호실적 행진을 지속하면서 임금협상 갈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KB국민은행 성과급 갈등으로 6년 만에 총파업 기로, 이환주 리더십 시험대

▲ KB국민은행 노조가 1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자의 95.6%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도 브랜드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급을 둔 갈등상황을 오래 끄는 것은 노조뿐 아니라 사측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행장은 2일 취임식에서 “KB국민은행과 대한민국은 참 많이 닮아 어려움을 만났을 때 더욱 단단히 뭉쳐 극복해내는 공통점이 있다”며 내부 결속을 통한 ‘새로운 동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현재 2024년 △통상임금의 300% 규모 성과급 △특별격려금 1천만 원 지급 △중식대 통상임금 반영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 종결 △신규채용 확대 △원스탑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배상 충당금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립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 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NH농협은행은 통상임금의 200%에 현금 300만 원 지급 조건에 합의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성과급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금성 포인트를 기존 200만 원에서 100만 원 더 주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와 교섭을 계속하면서 임금협상안을 조정하는 단계”라며 소통을 통해 합의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