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무를 보면 최근 건설업계에서 줄지어 재무전문가 대표를 발탁하는 상황에서 현대건설도 2년 연속으로 재무관리자 역할을 키운 인사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김광평 전 재경본부장이 현대제철로 자리를 이동한 뒤 상무였던 김 전무를 재경본부장에 앉혔다. 김 전무는 이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에 합류한 뒤 연말에는 직급도 승진한 것이다.
김 전무와 구 전무는 각각 1973년생, 1972년생이다. 최근 현대건설 전무 승진자가 2022년 말 이 내정자(1970년생)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960년대생이었다.
이 내정자 대표 선임에 따라 공석이 된 주택사업본부장에는 주택전문가로 평가되는 이인기 건축주택설계실장 상무가 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상무 신규선임 인원은 12명으로 지난해 7명보다 5명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무 승진자의 나이, 상무 신규선임 인원수 등을 고려하면 조직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이 내정자 인사에서 보인 세대교체 기조는 확실히 자리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내정자는 현대건설이 올해 부진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젊어진 임원진과 이른 정식 취임을 발판으로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실적 반등을 위한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별도기준으로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17조481억 원, 영업이익 2477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외형성장을 지속하며 매출 17조 원을 처음으로 넘기는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7.3% 감소한다는 전망치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2.2%에서 올해 1.5%로 후퇴하게 된다.
▲ 현대건설이 올해 수주한 대표적 해외 일감인 7억2500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쿠드미 송전선로 건설공사 위치도. <현대건설>
올해 현대건설이 겪은 해외건설 수주 축소 역시 이 내정자가 풀어야 할 주요 숙제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에서는 양호한 수준으로 곳간을 채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1~3분기 별도기준으로 13조5243억 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부문이 10조6522억 원, 해외부문이 2조8721억 원이다.
올해 초 현대건설이 세웠던 수주목표가 국내 10조7천억 원, 해외 6조3천억 원이었던 것을 빗대보면 국내부문은 목표 달성이 유력하지만 해외에서는 기대를 크게 밑도는 성적을 낸 셈이다.
현대건설은 12일 임시 주총 소집공고를 통해 내년 국외 건설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25년 국내 건설시장은 금리인하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감소 및 민간부문의 회복이 기대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으로 공공부문은 부진이 전망된다”며 “해외건설 시장은 글로벌 건설경기와 유가, 각국 정치지형 변화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기업 사이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