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방산 사업에 이어 철도사업에서도 성과를 내며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사장이 2022년 9월27일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에서 열린 EMU-320 출고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철도사업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북미 철도 사업 수주가 잇따르자 2018년 철수했던 미국에 다시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9일 미국 철도 전문 매체 레일웨이와 LA타임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의 부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건물은 1250평 규모로 올 연말까지 완공되며 인수 금액은 1550만 달러(약 222억 원)다.
이 공장에는 열차 전장품 생산라인이 설치되며, 내년 가동을 목표로 잡고 있다. 회사는 이곳을 미국 내 주요 철도 생산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은 이번이 두 번째다. 회사는 200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교통청으로부터 전동차 120량 공급 계약을 수주한 뒤 필라델피아에서 8470평 규모의 조립공장을 운영했다. 현지 수주 물량을 다 소화한 뒤인 2018년 이 공장 문을 닫았다.
회사가 6년 만에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는 올해 미국에서 잇달아 철도 사업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다양한 종류의 철도차량 공급으로 철도사업 부문 수주 잔고를 채워가고 있다.
회사 기업공개(IR)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3분기 철도사업 부문 수주 잔고는 13조65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액은 3조1110억 원이다.
철도사업 성장에는 이 사장 역할이 컸다. 특히 그가 취임과 동시에 사업구조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현대로템이 제작하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차량 조감도. <현대로템>
회사는 한때 철도 사업에서 저가 수주 경쟁 여파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1962억 원, 27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당시 회사 부채비율은 360%를 초과했고, 신용등급은 하락했다.
2020년 그가 부임하자 반전이 시작됐다. 그는 현대차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관리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회사에 오기 직전까지 현대차증권을 이끌고 있었다.
구원 투수로 투입된 그는 체질 개선부터 돌입했다.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한 뒤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수익성 높은 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그는 적자 주범이던 철도 차량 저가 수주 대신 철도 신호, 운영, 유지보수 등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아래 투명수주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사업 수주 전 단계에서부터 수익성과 안정성 등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이사회 차원에서 점검하고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수익성 위주로 철도사업 수주에 나설 것을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올해 회사 철도사업부는 미국에서 연달아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11월21일 매사추세츠주 교통공사(MBTA) 이사회는 정기 회의에서 회사의 통근 열차용 2층 객차 39량 구입 안건을 승인했다. 예산은 1억6518만 달러(약 2370억 원)로 책정됐다.
8월에는 MBTA가 발주한 1억7579만 달러(약 2523억 원) 규모의 2층 객차 41량 공급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2월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통국으로부터 6억6400만 달러(약 9530억 원) 규모의 LA 메트로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2028년 LA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현지 노후 전동차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됐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철도 차량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중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