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자동차 시장 침체에 할인경쟁,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고대기 7개월에서 3주로

▲ 국내 자동차 시장이 지속 둔화하는 가운데 연말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할인행사를 펼치며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디 엣지'. <현대자동차>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자동차 시장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연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펼치며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로 형성된 공급 우위 시장에서 사라졌던 자동차 구매 할인이 다시 살아나고, 신차 계약 뒤 출고 대기 기간도 크게 줄었다.

5일 국내 자동차 업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국산차와 수입차업체를 가리지 않고 국내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합산 판매량은 12만3616대로 전년 동기보다 6.4% 뒷걸음쳤다. 업체별로 보면 지난해 최악의 내수 부진을 겪었던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곤 전년 대비 판매량이 현대차는 12.3%, 기아는 4.0%, KG모빌리티는 34.5%, 한국GM은 71.4% 등 4개사 판매량이 일제히 줄었다.

수입차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보면 11월 수입차는 2만3784대가 팔려 1년 전보다 판매량이 3.9% 줄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통계에선 집계되지 않았던 비회원사 테슬라 판매량 3563대를 더하면 감소율은 16%로 4배 넘게 뛴다. 

올 1~11월 누적으론 전년 동기보다 7.5% 줄어든 25만9250대가 판매돼 26년 만에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1987년 한국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래 2년 연속 전년 대비 수입차 판매량이 줄어든 때는 외환위기가 온 나라를 덮쳤던 1997년~1998년 단 한 번뿐이었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연말 대규모 할인 공세를 펼치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12월 한달 동안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팰리세이드와 전기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구매고객에게는 최대 500만 원, 코나 일렉트릭은 최대 4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소차 넥쏘는 최대 300만 원, 싼타페, 그랜저, 쏘나타는 최대 200만 원을 깎아준다.

특히 싼타페와 쏘나타는 올해 들어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62.4%, 47.0% 뛰며 브랜드 내 판매 1위, 3위를 기록한 인기 차종인데도 할인 혜택을 준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GV70은 최대 10%, G90은 최대 8%, GV60은 최대 300만 원+5%, GV80은 최대 7%, G80과 G70은 최대 5% 등 할인이 적용된다.

기아는 12월 봉고 EV는 400만 원, EV9은 250만 원, 니로 EV는 200만 원, K5는 100만 원을 깎아주고, K8과 EV6에는 7% 할인을 제공한다.

KG모빌리티는 렉스턴을 사면 500만 원을 깎아주고, 르노코리아는 QM6에 최대 270만 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국내 중견업체들도 이달 구매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수 자동차 시장 침체에 할인경쟁, 쏘나타 하이브리드 출고대기 7개월에서 3주로

▲ 현대자동차 연말 차종별 구매 할인 혜택. <현대자동차>

수입차 할인 경쟁도 치열하다.

자동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BMW는 12월 브랜드 국내 최다 판매 모델 5시리즈 대부분 트림에 8~11.6%, 3시리즈에는 9.5~13% 할인을 제공한다.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5 2024년형 모델도 350만~1950만원을 깎아주는 등 평균 10% 수준의 할인 판촉 행사를 지속하는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초 출시된 11세대 E클래스에  5.5~12.5% 구매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E클래스는 2016년 10세대 모델의 국내 출시 뒤 8년 연속으로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최고 인기 모델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E클래스에 구매 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벤츠는 주력 SUV 모델인 GLC도 찻값의 5.5~7%를 깎아주는 등 평균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할인률로 BMW와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1~11월 국내에서 BMW는 6만7250대, 메르세데스-벤츠는 5만9561대가 각각 팔려 판매 1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은 BMW는 3.3%, 벤츠는 12.6%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반도체 등 부품 공급 부족으로 산더미처럼 쌓였던 이연 수요가 지난해 대부분 해소되고,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침체기를 지나면서 계약 뒤 차량 인도까지 대기 기간도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2월 차종별 예상 납기표에 따르면 전년 동월과 비교한 차종별 출고 대기 기간은 현대차 쏘나타 1.6 가솔린 터보 모델은 5개월에서 3주로, 싼타페 가솔린 모델은 3개월에서 3주로 줄었다. 또 같은 기간 기아 셀토스 1.6 가솔린 모델은 3~4개월에서 4~5주로,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2~3개월에서 5~6주로, EV9은 3~4개월에서 4~5주로 단축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국내 수요가 다시 늘면서 1년 전까지만 해도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던 하이브리드차 출고 대기 기간도 대폭 짧아졌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12월 계약하면 7개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달 계약하면 3주 만에 차를 받을 수 있다. 같은 기간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9개월에서 3개월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6개월에서 3.5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1~12개월에서 8개월로 줄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