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측근인 차은택씨가 평창동계올림픽의 각종 사업에도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석연치 않았던 사건들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연출을 맡았던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지난 8월 돌연 사퇴한 배경도 차은택씨 라인 인물들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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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왼쪽)과 정구호 디자이너. |
정씨는 지난 2월부터 연출을 맡아 7개월가량 일하다 지난 8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
정씨는 당시 언론을 통해 “조직위원회와 송승환 총감독이 계약을 안해주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라며 “구체적 조건은 구두 상으로 합의했는데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나가라는 얘기가 아니냐”고 말했다.
정씨는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7개월 동안 임금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승환씨가 속해있는 PMC프로덕션 관계자는 “송 총감독도 올림픽 조직위와 계약한 민간인”이라며 “정구호씨 계약문제는 송 총감독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정씨와 송 총감독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송 총감독이 정씨가 연출가로 내정되기 전 미술감독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추천으로 정씨가 연출가로 들어오게 돼 껄끄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개회식과 폐회식 컨셉트를 놓고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총감독은 조직위에 정씨가 낸 아이디어를 쓰지 말고 연출진 명단에도 이름을 빼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현재까지 채택된 개회식 공연 아이디어의 80%가 정씨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PMC프로덕션 관계자는 “서로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갈등이나 불화가 있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전제하고 “현재 구성안에서 정구호씨의 아이디어는 하나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 총감독은 차은택씨 라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차은택씨와 같은 휘문고등학교를 나왔고 문화융성위원회에서도 함께 일한 경력이 있다. 송 총감독과 차은택씨는 2012년 KBS 2TV ‘이야기 쇼 두드림’이라는 TV프로에도 함께 출연했다.
물론 송 총감독은 차씨와 친분관계를 부정했다.
송 총감독은 난타 등 공연기획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고 2011년 고양시 전국체전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를 맡기도 했으나 올림픽이라는 대형행사를 지휘하기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PMC프로덕션 관계자는 “송 감독은 20년 동안 차은택씨를 3번 마주쳤을 뿐 그 외에 따로 만난적도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며 “차씨 인맥이라는 이야기는 터무니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은 것도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이지 관직 등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다”며 “시국 관련 억측과 오해 때문에 일에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차은택은 회사나 재단에 사람을 심어두고 이권을 챙겨왔다”며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행사인 만큼 사람을 심어두고 이권을 챙기려 했을 공산이 큰 데 정구호씨가 방해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공연 연출비 700억, 시설건설비 1226억 원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제작, 운영용역사업의 입찰에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 컨소시엄과 롯데그룹 계열사인 대홍기획 컨소시엄 2곳만 참여했는데 제일기획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 차은택 인맥 인사들 가운데 제일기획 출신이 많다”며 “사업자 선정에 차씨 임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와 주변인물들이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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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은택씨.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씨를 비롯해 조카인 장시호씨 등이 13조 원에 달하는 평창올림픽의 이권에 개입해온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며 “최순실 일가가 국민세금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은택씨 인맥으로 알려진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대표로 있던 머큐리포스트는 빛샘전자컨소시엄을 만들고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장 LED 프로젝트 업체로 선정돼 기술개발 지원금 45억 원을 받았다. 빛샘전자컨소시엄은 사업 중간평가에서 ‘새로울 것 없는 기술’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프로젝트 업체로 선정됐다.
최순실씨는 소유하고 있는 더블루K를 통해 평창올림픽 시설공사사업 가운데 하나인 오버레이(임시 스탠드와 부속시설) 공사를 수주하려고 했다. 더블루K는 스위스 누슬리사와 손잡고 공사를 따내려 했으나 조직위에서 거부해 실패했다. 이 공사의 수주금액은 3천억 원대로 알려졌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올림픽을 핑계로 6억7천만 원의 국가예산을 지원을 받았다. 신생법인이 수억 원의 국가지원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최씨 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올림픽 빙상경기장 사후 활용과 운영을 맡으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체부가 지난 9월 비영리 재단에 경기장 운영권을 주자고 강원도에 제안한 이유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계스포츠와 관련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은 장씨가 설립한 영재센터 말고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