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보다 훨씬 적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반도체 겨울’을 맞았다.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메모리 초격차’ 회복을 위해 조직 개편부터 반도체 개발과 양산 전략,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 등을 모두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대대적 혁신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조8600억 원은 당초 시장 추정치였던 5조 원에 훨씬 밑도는 것이다. 메모리사업부는 5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가 1조6천억 원 영업적자를 냈고, 올해 임직원 성과급 지급분 선반영 등 2조 원 이상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S 부문 역성장은 2조 원 이상 일회성 비용(성과급 관련 충당금 및 파운드리 연구개발 관련 재고 손실 처리)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메모리(HBM포함) 제품 평균판매단가도 경쟁사 대비 낮아, 일회성 비용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아쉬운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3분기 7조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55% 수준이다.
게다가 적자를 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실적을 제외하고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만 비교해도 SK하이닉스가 1조4천억 원 더 많았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비교하더라도 SK하이닉스는 15조3800억 원, 삼성전자는 12조2천억 원으로 SK하이닉스가 3조 원 이상 더 많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전체 D램 시장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고, 그 이후부터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HBM 시장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가 이르면 2026년 연간 D램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부진한 반도체 실적에 지난달 8일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발표한 전 부회장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 말 인사에서 DS부문 임원진들은 ‘성과주의’와 ‘신상필벌’에 따라 대거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사업부를 비롯한 DS부문 사장단은 모두 올해 재신임 대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큰 폭의 인사가 11월 중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특히 DS부문 사장단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다.
그는 최근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에서 근무하던 일부 연구진을 메모리사업부로 이전하는 인력 재배치를 실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잃어버린 시장 입지를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파운드리용으로 매입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일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D램과 HBM 등 메모리 생산용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태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파운드리는 시황과 투자 효율을 고려해 기존 (메모리) 생산라인 전환 활용에 우선 순위를 두고 투자하고 있고, 파운드리 설비투자 집행 규모는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이미 보유한 생산 인프라 가동을 극대화해 고객 주문에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품질 인증 지연으로 공급이 늦어지고 있는 HBM3E용 1a(14나노) D램 일부 회로 설계도 전면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