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0일 로스앤젤레스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서 열린 로보택시 발표 행사에 참석해 사이버캡 시제품 앞에서 청중에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의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시스템 ‘로보택시’에 시장 반응이 싸늘하지만 중장기적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은 물론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Driving)까지 직접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선도업체인 구글 웨이모를 능가하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테슬라가 웨이모와 비교해 더욱 저렴한 가격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열린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로보택시 서비스 가격이 1마일(약 1.6㎞)당 20센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금과 기타 가격까지 더하면 마일당 30~40센트 수준으로 현재 미국 내 버스의 평균 이용가인 마일당 1달러와 비교해 3분의 1 이상 저렴하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 도심 일부 지역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을 먼저 상용화한 구글 웨이모는 1마일당 평균 요금이 3달러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GM 크루즈도 기본요금 5달러에 1마일당 90센트의 주행요금이 붙는다.
머스크가 공언한 대로 가격이 책정되면 테슬라 로보택시가 무인택시 선도 업체는 물론 대중교통보다 더 저렴한 요금으로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다만 테슬라가 로보택시 공개 행사에서 내놓은 사업 발표에 시장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발표 당일 테슬라 주가는 8.78%나 폭락했다.
이미 자율주행 무인택시 분야에서 상용화 준비에 앞서 나가는 구글이나 GM 등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점을 내놓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이버캡 양산 시점을 빨라야 2026년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사업 낙관론에 힘이 실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실제 사업화 과정에서는 테슬라가 원가와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보일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재규어 I-페이스 차량이 2021년 10월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뷰 지역에 주차돼 있다. 웨이모는 재규어나 지커가 만든 차량을 공급받아 사용하며 향후 현대차도 자율주행 전기차를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테슬라가 원가와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로는 카메라만 이용하는 테슬라 FSD 기술과 3만 달러 이하 보급형 전기차 ‘사이버캡’ 사이에 시너지 효과가 지목된다.
차량 제조기술을 갖추지 못한 웨이모는 자율주행 택시 원가가 1대당 15만 달러(약 2억321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다와 같은 고가의 자율주행용 센서 부품이 다수 필요한 데다 전기차도 현대차 아이오닉을 비롯한 외부 협력사의 비교적 비싼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고관세와 커넥티드카 판매 금지 규제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어려워진 측면도 웨이모에게는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웨이모는 중국 지커 차량을 들여와 최신 6세대 로보택시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증권사 번스타인인 “웨이모가 현재 미국에 주행하는 차량호출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를 대체하려면 600억 달러(약 81조2925억 원)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테슬라는 충전 설비와 같은 인프라 설치 비용은 물론 원격에서 차량을 조종하는 안전 관리자를 고용하는 인건비를 추가로 써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근거로 언급됐다.
GM은 자체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자율주행 기술 구현 측면에서 웨이모와 유사한 단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로 인해 결국 웨이모나 GM의 무인택시 승객에 청구되는 비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로보택시 공개 행사에서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이 매우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웨이모나 크루즈에 확실한 비용 우위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다만 사이버트럭처럼 일론 머스크가 차량 가격을 약속과 달리 크게 비싸게 책정했던 전례가 많았기 때문에 아직 사업화 준비 단계에서 판단은 섣부르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또 테슬라의 FSD가 자율주행 기술 분류 5단계에서 2~3단계에 머물러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한 데다 각 지역에서 무인택시 승인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로보택시 사업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가 규제 및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경쟁사가 사업 확장에 가속도를 낼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