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콘텐츠미디어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관련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수혈한 유일한 외부 인재 김현우 마인드마크 대표이사의 콘텐츠 투자 선구안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신세계 ‘마인드마크’ 투자 지속, '신세계' 발굴할 김현우 역할 중요해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사진)은 마인드마크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신세계를 통해 100억 원을 지원했다. 정 총괄사장이 미래 먹거리로 콘텐츠 사업을 점찍은 모양새다.


17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가 '적자 회사' 마인드마크에 유상증자로 자금을 꾸준히 지원하는 이유는 그만큼 콘텐츠미디어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마인드마크는 2020년 콘텐츠미디어 사업을 담당할 신세계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다. 비교적 신생 계열사라 수익성을 논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수치로만 보면 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마인드마크가 본 영업손실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4억 원이었다. 2023년에는 영업손실 3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다행히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인드마크 매출은 2021년 12억 원, 2022년 32억 원, 2023년 195억 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적자가 커지더라도 매출의 성장 속도가 이를 상회한다면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투자금융업계는 본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통해 마인드마크에 꾸준히 자금을 대는 이유도 이런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17일 마인드마크가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 원을 출자했다. 신세계가 마인드마크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2년1개월 만이다. 신세계는 2022년 6월에도 유상증자 참여 방식을 통해 자금 200억 원을 지원해줬다.

신세계가 여태껏 마인드마크에 들인 돈은 모두 660억 원이다.
 
정 총괄사장이 마인드마크 지원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지난해 새 수장으로 영입한 김현우 대표의 선구안를 향한 신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 40%를 교체했는데 그 가운데 외부 인재 영입은 1명에 그쳤다. 김현우 마인드마크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마인드마크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영화 제작사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이사로 일했다. 페퍼민트앤컴퍼니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 시리즈, ‘브이아이피’, ‘낙원의 밤’ 등을 제작한 회사다. 신세계와 마녀는 흥행에 성공했다.

김 대표가 마인드마크 대표에 취임한 이후 배급 성적은 준수한 편으로 여겨진다.

제작비 80억 원이 투입된 ‘30일’은 누적 관객 수 217만 명을 기록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달짝지근해:7510’도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관객 수 139만 명 기록했다.

마인드마크는 지난해까지 배급에 집중했지만 올해부터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마인드마크가 발표한 제작 영화만 6편이다. 처음으로 해외영화 배급도 시작한다.

마인드마크가 제작하는 영화 가운데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는 작품은 박훈정 감독이 연출을 맡은 ‘슬픈 열대’다.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작들이 대부분 박 감독 작품이다. 박 감독은 본인이 10번째로 연출하는 영화의 제작사로 마인드마크를 선택했다.

김 대표는 올해와 내년 라인업을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투자배급사업에 대한 안정적 진입이 지난해까지 성과였다면 올해부터는 기획, 제작, 투자, 배급으로 이어지는 통합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만족을 주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계획도 곧 내놓기로 했다.

정 총괄사장으로서는 김 대표를 통한 마인드마크의 새로운 움직임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정 총괄사장이 마인드마크를 장기적으로 CJ그룹 계열사인 CJENM와 같은 존재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CJENM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음악, 예능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마인드마크가 당장 CJENM의 행보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유경 신세계 ‘마인드마크’ 투자 지속, '신세계' 발굴할 김현우 역할 중요해져

▲ 김현우 마인드마크 대표이사는 마인드마크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영화 제작사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로 일했다. 페퍼민트앤컴퍼니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 시리즈’, ‘브이아이피’, ‘낙원의 밤’ 등을 제작한 회사다.


CJENM은 OTT 티빙을 운영하고 있고 그룹 계열사인 CJCGV가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하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마인드마크가 제작하는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만한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 콘텐츠업계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도 마인드마크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업계에서 1위 제작사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래곤은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운데 202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매출 성장세가 꺾였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마인드마크가 설립됐을 때 신세계그룹 계열사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이 관심있게 지켜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마인드마크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최근 콘텐츠시장이 어려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총괄사장이 마인드마크를 통해 신사업 투자를 진행하는 데는 유통업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계열사들을 보면 부동산업을 하는 신세계센트럴시티를 제외하면 모두 유통과 관련 있는 계열사들이다. 소비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에 치중돼 있다는 점에서 신사업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수익원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문제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