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회사를 알리는 데 ‘불닭볶음면’과 ‘해외시장’이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2년 만에 실시한 기업설명회(IR) 자료에 그대로 나타났다.
 
김정수 삼양식품 넘치는 자신감, 2년 만의 IR '수출'과 '불닭'이면 충분했다

▲ 삼양식품이 2년 만의 기업설명회에서 '수출'과 '불닭'을 집중 부각했다. 사진은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24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서 국내 기관투자자 등을 상대로 1분기 경영실적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받는 IR을 열었다.

삼양식품의 이번 설명회는 기업의 현황과 전략 등을 소개하는 자료를 2년 만에 최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양식품이 IR을 연 것은 약 2년 만이다. 2022년 6월 대신증권이 주최한 ‘대신코퍼레이트데이’에 참가해 투자자 미팅을 진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설명자료는 2022년 1분기 현황을 중심으로 작성돼 있다.

삼양식품은 이후 여러 차례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분기보고서나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 이외의 IR자료는 별도로 만들지 않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 이후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2년 만에 기업설명회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삼양식품의 자신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삼양식품은 사실상 이번 기업설명 자료를 작성하면서 ‘수출’과 ‘불닭’ 브랜드에 집중했다.

우선 회사의 사업 현황을 알리면서 한국 라면업계의 수출 동향과 삼양식품이 라면 수출을 통해 거둔 매출을 비교했다.

관세청과 삼양식품의 내부 데이터를 종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료를 보면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수출 시장에서 1분기 기준으로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48.8%에서 2020년 49.7%, 2021년 48.2%, 2022년 53.2%, 2023년 58.9%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2019~2023년 5년 평균으로 한국 라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며 “불닭볶음면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과 미주 등의 수출이 확대돼 외형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실적도 강조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각각 222.5%, 184.2%다.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은 삼양식품의 해외법인 가운데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두 곳이다. 매출 상위 1·2위 해외법인이 고속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삼양식품의 성장세가 튼튼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삼양식품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해외법인의 제품 수요 증가와 사업 확대로 매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법인의 영업 개시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법인을 둔 국가 이외 지역인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도 수출이 증가해 해외 수출의 크기가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이외에 강조한 또 다른 축은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수출 품목 가운데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기준으로 92.2%다. 지난해 1분기보다도 5%포인트 상승했으며 직전 분기보다도 2%포인트 늘었다.

불닭볶음면의 여러 맛 가운데 하나인 까르보불닭볶음면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삼양식품이 해외에 판매하는 불닭볶음면 제품군 가운데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33.4%를 기록하며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 비중 33.0%을 처음으로 넘었다.

불닭 콘셉트를 앞세워 면 시장뿐 아니라 스낵과 소스, 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삼양식품은 “KFC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지속하고 신규 레시피의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며 “B2B(기업 간 거래)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소스 시장에 침투율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의 이런 기업설명 자료는 2년 전에 내놓은 자료와 비교해 상당히 간소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정수 삼양식품 넘치는 자신감, 2년 만의 IR '수출'과 '불닭'이면 충분했다

▲ 삼양식품이 10여년 전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삼양식품>


2년 전 자료를 보면 삼양식품은 회사의 사업부문을 면과 스낵, 유제품, 소스·조미·소재 등으로 나눠 소개하는 것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각 사업부문별 실적 동향과 마케팅 내용 등도 소개했다.

주요제품도 다양하게 소개했다.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 짱구뿐 아니라 삼양목장 유기농 우유, 삼양간장, 불닭소스 등 삼양식품의 여러 품목 가운데 대표 품목을 여러 개 뽑았다.

재무현황도 자세하게 알렸다. 당시만 해도 삼양식품이 지금처럼 주목받는 식품 기업이 아니었던 터라 차입금 추이와 각 사업부문별 실적 추이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브랜드 소개 페이지의 분위기도 불닭볶음면에만 집중한 지금과 달랐다. 불닭뿐 아니라 삼양 브랜드, 짜짜로니, 기타 등으로 브랜드를 나눠 매출 점유율을 구분해 설명했다.

삼양식품이 23일 공개한 자료는 과거 자료와 비교해 확실히 회사의 핵심에만 집중해 설명한 자료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성장성을 놓고 사실상 불닭볶음면과 해외 성과에 집중해 관심을 가지면서 삼양식품 역시 핵심 축 2가지면 회사 설명에 더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도 볼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이번 설명회에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와 성장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불닭 브랜드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소스 사업 강화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