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매진, 온실가스 배출 공시 의무화 대응 채비

▲ 건설업계가 탄소중립 실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나섰다. 사진은 현대건설의 에이치멘트(H-ment) 제조공정 그림자료. <현대건설>

[비즈니스포스트] 2026년부터 국내 상장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건축분야는 탄소배출이 적지 않은 산업으로 분류돼 공시 의무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가 앞다퉈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친환경 콘크리트를 도입하면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어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1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한라시멘트와 공동개발한 탄소저감 콘크리트 '데코콘' 상표를 최근 출원하고 현장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건설은 데코콘을 통해 시멘트 사용량이 줄고 온실가스 배출 감소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콘크리트는 1㎥당 245kg의 시멘트(OPC기준, 혼화재 별도)가 사용된다. 데코콘은 기존 콘크리트 대비 최대 112kg/㎥까지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약 54%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녹색) 콘크리트 개발에 힘을 주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2월 탄소감축인증센터로부터 저탄소 콘크리트 제조와 현장적용 과정에서 탄소감축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등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담긴 ‘탄소저감 콘크리트 방법론’을 개발해 공식 인증을 받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일반 콘크리트와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40% 낮춘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를 개발해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 적용하고 있다. 

DL이앤씨도 연말까지 저탄소 고품질 콘크리트용 순환골재 개발을 연구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탄소광물화 기술을 통해 친환경 골재와 건축자재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탄소광물화 기술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나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콘크리트 등을 포집한 탄소와 반응시킨 뒤 저장해 활용하는 것이다. DL이앤씨와 자회사 카본코, 베트남 하노이광업지질대학교 등이 2023년 1월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23년 시멘트를 5%만 사용하고도 기존 콘크리트보다 더 큰 강도를 발현하는 '저탄소 수화열 저감 콘트리트'를 개발했다.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고로 슬래그가 80% 이상 포함됐고 강도·내구성을 높이는 첨가제가 적용됐다. 
 
건설업계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매진, 온실가스 배출 공시 의무화 대응 채비

▲ 포스코이앤씨는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시멘트인 포스멘트를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건설업계와 마찬가지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분야 계열사와 협업을 통해 친환경 콘크리트를 만드는 곳들도 있다.

현대건설은 2017년부터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35%까지 낮춘 ‘에이치멘트’(H-ment)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용광로 하부에 용융된 철 외에 상부에 남는 산화물인 슬래그를 분말화하여 시멘트 대신 콘크리트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포스코이앤씨도 포스코그룹이 자체 개발한 친환경 시멘트 포스멘트(PosMent)를 사용하고 있다. 철강 생산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고로슬래그를 석회석 대신 시멘트 제조에 사용한다. 일반 시멘트보다 최대 60%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일반 시멘트보다 10~15%가량 가격이 저렴한 포스멘트를 활용해 원가절감 효과도 보고 있다. 

친환경 콘크리트는 1998년 덴마크에서 처음 발명됐다. 콘크리트의 원료 제조, 배합설계부터 구조물의 설계·시공 및 유지관리에 이르는 모든 측면을 두고 콘크리트에 환경을 고려하는 개념이다.

친환경 콘크리트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도록 환경 친화적 재료를 사용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시멘트 및 골재 부분 대체재로 폐기물을 사용해 제조비용도 줄어든다.

폐재료로는 화력발전소 폐기물, 재활용 콘크리트, 광산 및 채석장의 폐자재, 폐유리, 소각장 잔류물 등이 쓰인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폐수절약 등 유지보수비를 절감하고 건축물이 오래 쓰일 수 있도록 배합설계와 시공측면에서 효과를 줄 수 있다. 

2017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발간한 친환경 콘크리트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콘크리트는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로 만든 콘크리트와 비교해 조기강도(콘크리트가 굳어가는 초기 강도)를 발현하며 수축율이 낮고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2400도 온도에 견딜 정도로 화재에 강하고 산성비와 같이 건축물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환경에도 강한 내식성을 보인다. 

탄소배출 관련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기후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을 평가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배출량 등 각종 지표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4월22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기준 초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 공시를 우선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건설업계가 적극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유엔환경계획 글로벌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건축분야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38%를 차지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주로 소비하는 시멘트·콘크리트는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실현과 ESG 공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자재를 개발하고 적극 현장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