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섬이 브랜드 확장에 힘입어 올해 실적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고금리 고물가 등 소비심리 위축 신호가 잦아들 것으로 보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브랜드 확장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한섬 실적 부진 탈출 신호탄 켜지나, 하반기 브랜드 확장 성과에 쏠리는 눈

▲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편집숍 키스 매장 <한섬>


8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섬은 다양한 해외 패션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과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매장을 열고 캐나다 럭셔리 아우터 브랜드 ‘무스너클’,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브랜드 ‘아스페시’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유명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입으며 유명해진 럭셔리 데님 브랜드 ‘리던’과도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더현대서울과 갤러리아백화점에 매장을 열었다.

한섬은 그동안 자체 고가 브랜드인 ‘타임’, ‘마인’, ‘시스템’ 등에 집중해왔다. 실제 이러한 자체브랜드를 바탕으로 2022년 매출 1조5422억 원, 영업이익 1683억 원을 올리며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소비층이 MZ세대로 이동하며 포트폴리오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부분의 패션 대기업에서는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해외브랜드 유치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섬도 예외는 아니다. 

한섬은 무이, 톰그레이하운드 등 자체 편집숍의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해외브랜드와 바로 유통계약을 하지 않고 편집숍을 통해 ‘잘 될 것 같은 브랜드 제품’을 선별한다. 편집숍이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섬 관계자는 “자체 편집숍을 강화하면서 브랜드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아니다”며 “편집숍을 통해 국내 시장에 맞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식 수입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섬의 브랜드 유치 경쟁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도 나온다.

한섬은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 편집숍 ‘키스’와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키스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발매하며 매진 행렬 일으키는 등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패션 성지 방문시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섬은 올해 상반기 서울 성수동에 키스 1호점을 연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 2번째 매장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4번째다. 한섬의 브랜드 유치 경쟁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자체브랜드 경쟁력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섬은 자체브랜드인 타임과 시스템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은 2019년부터 파리패션위크에 꾸준히 참가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6월 프랑스 파리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도 개장한다. 타임도 올해 가을·겨울 시즌 파리패션위크에 함께하며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한섬은 2022년까지 자체브랜드를 통해 최고 실적을 기록해왔다. 해외브랜드 뿐만 아니라 자체브랜드 강화에도 공을 들이며 다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섬 실적 부진 탈출 신호탄 켜지나, 하반기 브랜드 확장 성과에 쏠리는 눈

▲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타임 2024년 가을·겨울 시즌 프레젠테이션에서 모델들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한섬>


한섬 관계자는 “현재 한섬이 해외 브랜드와 자체브랜드에 모두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기업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는 과정”이라며 “기업 입장에서 어느 한 분야에 치중하는 것은 다소 위험성이 높아 지양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와 고물가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 하반기부터 한섬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그동안의 노력이 하반기 소비여력 확대에 힘입어 성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예상대로 부진하겠으나 2분기부터 차차 회복될 것”이라며 “성수동 키스 매장 개점과 온라인 쇼핑 호조 등으로 신규 수익원 창출을 기대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론칭 브랜드들이 선방하며 연내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편집숍 키스를 들여오며 젊은 소비 계층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섬은 그동안 마인과 타임, 시스템 등 국내 고가 여성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해왔으나 지난해부터 국내외 경기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한섬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936억 원, 영업이익 325억 원을 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40.2% 감소한 것이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 0.9%, 영업이익 40.3%가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게 됐다.

한섬에 따르면 올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중·고가 패션시장의 위축으로 매출이 소폭 줄었으며 신규 브랜드 론칭 및 글로벌 패션 시장 진출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