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모델.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4월 국내 완성차 5개사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뒷걸음친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판매만 호조를 보였다.
이와 같은 추세에 발맞춰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전동화 전략을 하이브리드차 중심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국내 완성차업계 5개사의 4월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내수판매에서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보유 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 국내 판매실적은 모두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그 대안으로 인기를 다시 얻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각 업체별 판매량을 연료별로 살펴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전기차 7종(아이오닉6·아이오닉5·G80·GV60·GV70·코나 EV·포터 EV) 가운데 작년 4월 출시되지 않았던 코나 EV를 제외한 6종은 모두 1년 전보다 판매량이 급감했다. 올 4월 판매 전기차 라인업에 코나 EV가 추가됐음에도 7개 차종의 합산 4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줄었다.
기아 역시 5개 전기차 모델(레이 EV·니로 EV·EV6·EV9·봉고 EV) 가운데 작년 하반기 출시된 EV9과 레이 EV를 제외한 3개 차종 모두 50~70%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를 빼면 국산 전기차는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단 한 차종뿐인데 토레스 EVX는 작년 11월 출시됐다. 4월 767대가 국내에서 팔리는데 그치며 전달보다 판매량이 46.8% 줄었다.
내연기관차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모델은 대부분 작년 4월보다 판매량이 빠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국산 내연기관차 가운데 작년 4월보다 판매량 늘린 차량은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 K3, K5, 셀토스, KG모빌리티 티볼리 등 6차종뿐이다.
반면 국산 하이브리드차 14종 가운데 작년 4월보다 판매량이 줄어든 차종은 현대차 그랜저, 코나, 기아 K5, K8 등 4차종 뿐이다. 이중 그랜저는 지난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만 6만 대(내연차 합산 11만3062대) 넘게 팔려나간 역기저 효과가 있고, K8은 하반기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신차 출시를 앞두고 판매량이 떨어졌다.
브랜드별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을 보면 현대차는 전년 동기보다 21.1%, 기아는 30.7%에 이른다. 르노코리아 아르카나(옛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4월 509대가 팔려 1년 전(81대)보다 판매량이 6배 넘게 늘었다.
이렇다보니 4월 브랜드별 판매실적도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보유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침체 속 모든 브랜드 판매량이 줄긴 했지만 그 영향이 수요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없는 브랜드에서 훨씬 컸다.
모두 7종(아반떼·쏘나타·그랜저·코나·투싼·싼타페·스타리아)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한 현대차는 4월 내수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 6종(K5·K8·니로·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을 보유한 기아는 3.2% 줄어들어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 르노코리아 역시 국내 판매 3차종 가운데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어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이 단 1.2% 줄어드는데 그쳤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KG모빌리티와 한국GM은 국내 판매량 1년 전보다 각각 34.4%, 56.1%나 줄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과정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쪽으로 전동화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수요가 크게 느는 추세를 고려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비중을 늘리고 전기차 비중은 줄이면서도 전체적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차종으로 확대하는 방침을 추진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현대차는 중형과 대형 하이브리드 시스템만 갖고 있었는데 소형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개발을 시작했다"며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내연기관 차종은 경차 캐스퍼와 신흥시장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소형 SUV 베뉴, 대형 SUV 팰리세이드 뿐이다. 팰리세이드는 내년 초 출시하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 2.5 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브랜드 처음으로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 역시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시장 수요 성장세 둔화에 하이브리드 차종 라인업 강화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6개 차종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2026년 8개, 2028년 9개 차종으로 늘려 주요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기로 했다.
▲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기아> |
KG모빌리티는 2022년 7월 토레스 출시 당시만 해도 하이브리드 모델 없이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지만 전기차 성장 둔화 추세 속에서 이런 전동화 전략을 완전히 다시 손봤다.
KG모빌리티는 내년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차인 토레스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
KG모빌리티는 현재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선도업체 BYD그룹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6년부터는 신차 KR10(이하 프로젝트명), O100, F100 등에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을 확장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르노코리아는 회사의 명운이 걸린 신차 개발 프로젝트 중심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배치했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 3월 이후 신차 공백기가 지속되며 극심한 내수 판매 부진을 겪어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매년 국내에 신차를 출시하며 판세 뒤집기에 나선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 프랑스 르노그룹, 중국 길리(지리)그룹과 함께 개발한 중형 SUV 하이브리드 '오로라1'(프로젝트 명)을 국내 출시한다. 회사는 친환경 신차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을 어두운 시기를 지나 태양이 떠오른다는 뜻을 담아 '오로라(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내년엔 르노 본사의 전기차 르노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을 국내에 내놓고, 2026년엔 중·대형급 하이브리드 신차(오로라2)를 출시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 호조 속 해외 판매 물량 대응에 집중하고 있어 현재 구체화한 신차 계획이 없다.
올해 초 미국 GM 본사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한국GM에 맞긴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수익성 검토 단계에서 취소됐다.
한국GM은 4월 세계시장에 4만4426대를 판매해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글로벌 판매량의 약 5배에 해당하는 실적을 올렸지만 내수 판매 비중은 5.2%, 내수판매량은 2297대에 그친다.
한국GM이 앞으로도 하이브리드차 또는 전기차 생산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내연기관차 라인업 만으로 내수 판매에서 반등을 이루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