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4-04 14: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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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DL이앤씨 새 대표이사로 발탁된 서영재 내정자는 LG전자에서 신사업을 주도해 성과를 낸 인물이다. DL이앤씨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서 내정자는 전임자인 마창민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건설사업 경험은 없다. 불황 속 주택사업 등 주력사업 부진을 극복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 LG전자 출신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가 DL이앤씨 신사업 육성에 힘을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DL이앤씨에 따르면 서 내정자는 5월10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에 공식 선임된다.
DL이앤씨는 전날 서 내정자를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마창민 전 대표 사임 일주일여 만에 빠르게 수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사를 발표했다.
DL이앤씨는 소형모듈원전(SMR),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 육성 적임자로 서 내정자를 꼽았다.
DL이앤씨는 “서 내정자는 LG전자에서 전기자동차 충전, 헬스케어, 홈피트니스, 프라이빗 5G 등 다양한 신사업 과제를 주도적으로 발굴 및 육성해 시장에 안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서 내정자는 LG전자에서 TV·AV·홈뷰티 케어기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HE사업본부, 모바일 산업 관련 스마트기기사업의 MC사업본부, 모니터·PC 등의 BS사업본부와 신사업을 기획하는 비즈인큐베이션센터를 두루 거친 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서 내정자는 2020년부터 신사업 발굴 조직인 비즈인큐베이션센터장으로 스마트폰사업 이후 LG전자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썼다.
특히 서 내정자가 속했던 비즈인큐베이션센터는 최고전략책임자(CSO)부문 산하 조직으로 LG전자에서 맡고 있던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 CSO는 구광모 회장이 LG그룹 총수에 오른 뒤 1년 반가량 뒤인 2019년 말 9년 만에 부활한 직책이다. 여기에 CSO부문 직속으로 해외 담당인 북미이노베이션센터와 비즈인큐베이션센터가 설립됐다.
CSO부문은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등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데 첨병 역할을 했다. 구 회장 체제 첫 CSO인 조주완 당시 부사장은 공을 인정받아 2021년 말 사장으로 승진하며 LG전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전부터 서 내정자는 LG전자 스마트TV, 무선이어폰, 홈뷰티 등 신사업을 이끌었다.
서 내정자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2010년 9월 LG전자 대표이사로 내정된 뒤 그해 연말 실시된 첫 번째 인사를 통해 스마트TV팀장을 맡으며 상무로 승진했다.
LG전자 신사업 발굴에 중점을 둔 인사에서 스마트TV사업을 주도할 인물로 발탁된 것이다. 서 내정자는 스마트TV 앱과 콘텐츠 개발 등 스마트TV 생태계 활성화에 힘썼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는 MC사업본부에서 무선이어폰 등 액세서리사업을 하던 IPD사업담당을 지냈다. 당시 LG전자는 하만카돈과 협업한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HBS-900)을 내놓으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 2015년 6월 톤시리즈 누적판매 1천만 대를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IPD사업부는 이후 2016년부터 CEO 직속 조직으로 옮겨졌다가 2017년 6월 조직개편에서 다시 MC사업본부로 이관되고 ‘컴패니언디바이스사업부’로 이름이 바뀌며 역할이 더욱 강화했다.
서 내정자는 2017년에는 HE사업본부 CAV사업담당으로서 홈뷰티 기기 브랜드 ‘프라엘’을 통해 시장 선점에 앞장섰다.
서 내정자는 2017년 9월 프라엘 출시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서 “하드웨어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성, 효능이 검증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편리함과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 내정자가 글로벌 가전기업인 LG전자에서 일했다는 점은 해외를 주요 무대로 하는 DL이앤씨 신사업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서 내정자가 마지막으로 몸담은 LG전자 BS사업본부 IT사업부만 보더라도 그램, 울트라기어게이밍모니터 등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DL이앤씨는 소형모듈원자로(SMR)사업에서 2천만 달러(약 25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 협력하며 글로벌 SMR 플랜트 개발사업을 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CCUS)사업과 수소·암모니아사업 역시 아시아 등 해외를 기반으로 한다.
서 내정자는 먼저 DL그룹으로 옮겨온 LG전자 출신 인사들과도 접점이 많다. 서 내정자의 그룹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남용 전 DL이앤씨 이사회 의장이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낸 2007~2010년은 서 내정자가 HE사업본부 TV상품기획담당 실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요 보직을 맡던 때다. 남 전 의장은 2013년 당시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고문을 시작으로 DL그룹과 연을 맺었다.
배원복 대림 대표이사 부회장과는 MC사업본부에서 함께 일했다. 배 부회장이 MC사업본부 영업그룹장으로 일할 때 서 내정자가 IPD사업을 담당했다. 이때 마 전 대표도 MC사업본부에서 미국 마케팅담당을 지냈다.
다만 서 내정자 역시 마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건설업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최근 DL이앤씨 실적 부진과 함께 전 대표가 사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 본업의 내실 다지기, 특히 주택사업의 수익성 개선은 서 내정자에게 가볍지 않은 과제로 여겨진다.
▲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 DL이앤씨 >
DL이앤씨 매출의 65%가량을 책임지는 주택부문의 영업이익은 원자재비 및 노무비 상승 탓에 2022년 4373억 원에서 지난해 2007억 원으로 절반 넘게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