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북미 선점 발판으로 보릿고개 넘는다, 김동명 질적 성장 ‘엔솔2.0’으로

▲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선점을 기반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시장 악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미국의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적자전환 가능성까지 있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2.0’을 선언하며 보릿고개 너머를 보고 있다. 공격적 투자로 북미시장 선점에 성공한 것을 발판으로 하반기부터 반전을 노리는 것이다.

3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국내 배터리업계는 캐즘(대중화 전 수요감소)에 따른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조정과 광물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미국의 상황 역시 녹록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2월 유럽 전기차 시장은 급격한 수요 감소를 겪으며, 전달 대비 16%포인트 감소한 11%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완성차 재고가 쌓이며 유럽에 배터리를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50%에 그쳤다.

회사의 폴란드 법인 브로츠와프는 지난해 매출 13조2189억 원, 영업이익 104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2.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83.7%나 급감한 수치다. 공장 가동률이 줄며 재고를 값싸게 판매해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그동안 쌓인 전기차 재고를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해 4분기부터 배터리 셀 주문량을 축소하고 있다. 이에 올해 1분기 중대형 배터리 셀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LG엔솔 북미 선점 발판으로 보릿고개 넘는다, 김동명 질적 성장 ‘엔솔2.0’으로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3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인터배터리’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역시 수요감소 영향으로 전기차의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분기 대비 2.7% 증가한 26만8천 대 가량이었고 시장점유율은 7.1%였다. 이는 지난해 평균 47% 성장률과 7.6% 시장점유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한화투자증권은 “유럽은 견조했던 1월에 비해 2월에는 성장률이 11%로 감소했다”며 “고성장이 기대됐던 미국도 전기차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광물 가격 하락은 배터리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킬로그램당 305.5 위안이던 리튬 가격은 2월 88위안까지 떨어졌다.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구입해 제작했지만 제품을 판매할 시점엔 낮아진 원자재 가격으로 제품가격이 함께 내려가는 래깅효과(Lagging effect)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요인이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올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1분기 매출 추정치를 지난 분기 대비 22.4% 감소한 6조2천억 원으로 제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4%나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세액공제(AMPC) 1536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업손실을 입어 상장한 뒤 처음으로 적자전환하는 것이다. 

다만 김동명 사장은 보릿고개 너머를 보고 있다.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동명 사장은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LG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업황이 좋지 못한 위기 속에서 LG엔솔이 지난 기간 공격적 투자로 일궈낸 확장을 바탕으로 고성능 배터리 등을 통해 엔솔 2.0 시대를 열겠다는 김 사장의 포부로 해석된다.

실제 LG엔솔은 빠른 북미시장 진출과 과감한 투자로 세계 5대 완성차 업체(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차, 르노, 제너럴모터스)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시장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는 연 60기가와트시(GWh) 생산체제를 이미 구축했고, 2025~2026년까지 북미에 머드 8개 생산공장을 구축해 연 342GWh 생산체제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이러한 북미 시장 선점은 불안정한 업황을 극복하는 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KIS)는 3일 진단 보고서를 통해 “북미 지역은 전기차 침투율이 2023년 하반기 기준 9% 수준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낮고, 픽업 트럭 등 대형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LG엔솔 북미 선점 발판으로 보릿고개 넘는다, 김동명 질적 성장 ‘엔솔2.0’으로

▲ LG에너지솔루션은 1일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테네시주에 소재한 제2공장에서 3세대 GM 전가차에 탑재될 배터리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얼티엄셀즈 공장에 방문한 김동명 사장(왼쪽). <연합뉴스>


김 사장은 비전에 맞춰 북미에 구축한 공장을 바탕으로 고성능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7조2천억 원 가량을 투입해 건설한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차세대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대비 5배의 용량과 6배의 출력을 가진 배터리 신기술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상용화, 양산기술을 확보했다.

김동명 사장도 올해 8월부터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테네시 2공장 가동도 본격화됐다.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캐딜락 리릭(Cadillac Lyriq)' 등 GM 3세대 신형 전기차에 탑재된다.

또 시장 선점으로 구축한 네트워크는 업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배터리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 원동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일 미국 FBPS(Freudenberg Battery Power Systems)와 전기차 5만 대 분량인 19GWh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지난해 3월에 이어 다시 한번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미 최초 물량 공급에 들어갔으며 공시에 밝히지는 않았지만 3조~4조 원 규모의 계약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