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4-03-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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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제유가 상승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물가 상승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 방향성을 놓고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국제유가가 4개월 내 최고치까지 올랐던 19일 서울 한 주유소에 리터당 2천 원 이상의 유가 정보가 게시된 모습. <연합뉴스>
24일 증권업계에서는 국제유가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유가가 올해 1분기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는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다.
올해 들어 1월2일 배럴당 70.38달러로 시작한 국제유가는 3월에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19일에는 배럴당 82.73달러까지 상승해 4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3월 들어 올해 3분기 국제유가 전망을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위험으로 원유의 공급이 제한됨에도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유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마타인 래츠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13일 미국 CNBC 방송에서 “올해 초만 해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에너지 분석가들이 근래 들어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들이 나옴에 따라 원유 수요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며 “올해 여름쯤에는 원유에 초과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에너지 원가에도 반영된다.
전기요금을 수시로 조정할 수 없는 한전에 국제유가 상승은 그대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올해 2분기 전기요금도 동결로 결정되면서 한전은 상반기 중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전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한전은 지난해 2분기까지 이전 9개 분기 동안 누적된 영업손실이 43조 원에 이를 만큼 헐거워진 재무지표에 대응하면서 부채가 200조 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한전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요금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결정에 영향을 주는 연료비조정단가를 최대치인 kWh당 5원으로 적용 중이다.
한전은 21일 올해 2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하며 “1분기 연료비 변동상황을 고려한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2.5원”이라면서도 “정부로부터 한전 재무상황과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2024년 1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적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전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만큼 연료비 대응과 부채 해소를 위해 정부가 총선 이후인 올해 하반기 중에는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다만 계절적 요인과 정치권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3분기에 바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 성수기인 3분기에 전기요금 인상은 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4월 총선 이후 국회 시작, 원 구성 등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업무 처리 일정이 빡빡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점 역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에는 2.8%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으나 2월부터 3.2%로 올라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올해 물가상승률을 2%대로 억제하려는 정부로서는 물가관리 강화가 급해진 셈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에는 공공요금의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농산물 등 식료품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5회 연속으로 동결하면서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점도 정부의 물가 관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화정책에서 긴축 기조의 완화는 물가의 상승 요인으로 여겨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경각심을 가지고 물가상승률 2%대 조기 안착을 통해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달라”며 “앞으로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우리 물가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