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정교선' 대 '정용진 정유경', 9월 뜨거운 유통경쟁  
▲ (왼쪽부터)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빨리 가려면 혼자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형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남매에게 딱 맞는 말이다.

정지선 정교선 형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주들이며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정용진 정유경 남매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주들이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녀들이다.

두 유통그룹이 9월 공격적 사업확장으로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 정지선  정교선 vs 정용진  정유경 유통경쟁

9월은 유통격전의 달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이 공을 들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이 9일 개장하고 인기를 끌었다. 현대백화점이 27일 서울 여의도의 대형복합시설인 파크원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열겠다고 발표했는데 정지선 회장이 주도했다.

두 유통그룹의 경쟁은 지난해 8월21일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을 개장하면서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에 신규출점하면서 정지선 회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식품관”을 내세우며 판교점 지하에 있는 축구장 2개 크기의 식품관을 열었다.

정교선 부회장이 개장식에 현대백화점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그는 현대백화점의 음식사업을 맡고 있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인 현대그린푸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개장 1년 동안 방문인원 1500만 명을 기록하고 매출 7500억 원을 냈다.

신세계그룹은 일산에 ‘이마트타운’을 열고 가전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였다. 정용진 부회장의 ‘키덜트’ 취향을 극대화한 전문매장들인데 새로운 쇼핑몰에 반응한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이마트를 정용진 부회장이 맡고 백화점과 면세점은 정유경 사장이 맡는 투톱체제를 구축했다.

  '정지선 정교선' 대 '정용진 정유경', 9월 뜨거운 유통경쟁  
▲ (왼쪽부터)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신세계그룹은 8월 삼성동 코엑스몰 위탁운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며 현대백화점 무역점 앞마당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했다.

두 그룹의 유통전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2019년을 목표로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세번째 프리미엄 아울렛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과 한강을 마주보고 있어 격전이 불가피하다.

서울 시내면세점을 놓고도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경쟁에서 신세계는 승리하고 현대백화점은 고배를 들었다. 올해 말 추가 면세점 특허권 경쟁에서 서울 강남지역의 면세점을 놓고 두 그룹은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 형제경영 vs 남매경영

두 그룹은 형제와 남매가 경영에서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의 핵심인 유통사업을 맡고 있으며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홈쇼핑 대표와 식품사업을 주로 맡고 있다.

2009년 당시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형제간에 사업 시너지를 위해 공동경영을 하기로 굳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정지선 정교선 형제는 현대백화점의 사업지주회사격인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을 각각 12.67%, 15.28%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 등 유통사업을, 정유경 사장이 백화점과 면세점사업을 각각 맡아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란 조직을 만들어 사장단회의까지 별도로 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4월 신세계 지분과 이마트 지분을 서로 교환해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만,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만 보유하게 됐다.

◆ 대비되는 경영철학

정지선 정교선 형제의 경영철학과 정용진 정유경 남매의 경영철학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철학은 ‘신중함과 정교함, 시너지’로 압축된다. 즉 사업효율성과 수익성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2003년 현대백화점 총괄부회장에 오르면서 사실상 경영승계를 시작했는데 이후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09년까지 백화점 신규출점을 한곳도 하지 않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정지선 정교선' 대 '정용진 정유경', 9월 뜨거운 유통경쟁  
▲ (왼쪽부터)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과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
정지선 회장은 2010년 ‘비전2020’을 선포하고 신규점포 개장과 인수합병에 공세적으로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1년 말 리바트를, 2012년 현대홈쇼핑을 통해 의류업체인 한섬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특장차 전문기업인 에버다임도 사들였다.

이런 인수합병은 대체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바트와 한섬, 에버다임 모두 인수 이후에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철저하게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인수합병 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용진 정유경 남매의 경영철학은 인수합병 대신 신사업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타운과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인데 이어 가정간편식인 ‘피코크’와 초저가상품인 ‘노브랜드’를 키우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스타필드하남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쇼핑 테마파크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신세계’를 최대한 지워나가려고 하는 것이 신세계류”라며 “고객들에게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선사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한다.

정유경 사장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이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한다.

정 사장은 2014년 여름 신세계백화점 본관 푸드마켓 리뉴얼 작업 당시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존 스타벅스 매장을 철수시키고 떡방을 입점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