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2-14 16: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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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9부능선을 넘으면서 거대 항공사의 출범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1990년부터 장거리 국제선을 양분해왔던 ‘풀서비스캐리어(FCS)’의 통합으로 서비스 다양화 및 품질 향상 등 긍정적인 면이 기대된다. 하지만 높아진 점유율로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의 후생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 거대 항공사의 출범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후생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서는 양대 항공사의 통합으로 향후 국제선 가격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운임인상 제한 조치를 내린 점은 안도할 만하다”며 “다만 실제로 상한 운임이 오르지 않더라도 상한운임 아래에서 실질구매운임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2022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을 때부터 지적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운임 결정 시 경쟁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기업결합 후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소멸함에 따라 운임 경쟁의 유인이 낮아지는 반면 높아진 점유율을 토대로 운임을 인상하거나 높은 운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항공사 간 점유율이 차이가 운임에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한 인도네시아 노선이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취항한 인천~발리 노선과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고 있는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기준거리가 3km 차이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이 공개한 운임표를 살펴보면 발리 노선의 운임은 자카르타 노선에 비해 같은 운임등급을 기준으로 10만 원 높게 형성됐다.
물론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통합 항공사에 ‘행태적 조치’를 부과해 통합 이후 당분간은 운임인상에 제한을 받는다.
2022년 3월 부과된 행태적 조치는 △운임인상 제한 △공급 좌석 수 축소 금지 △서비스 품질 유지 △마일리지 제도의 불리한 변경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독과점 해소를 위한 구조적 조치 등을 완료해 새로운 항공사가 노선에 안착한다면 행태적 조치의 이행의무는 종료된다.
대한항공은 유럽에서는 티웨이항공의 신규 진입을, 미국에서는 에어프레미아의 신규 진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 하락이 예상되지만 두 항공사와 대한항공은 풀서비스캐리어와 저비용항공사라는 태생적인 차이가 있어 완전한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시장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국토부의 운임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통합 역시 소비자들의 관심사이다.
대한항공은 인수합병이 성사된 뒤에야 마일리지 제도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인수합병이 성사되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따로 운영되는 2년 동안은 각 사의 마일리지 체계가 유지될 예정이다.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이후다. 그동안 따로 운영했던 마일리지 제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존 마일리지의 합병비율을 산정이 어려울 수 있다.
▲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2021년 3월31일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항공 유튜브 갈무리>
핵심은 양대 항공사의 마일리지가 같은 시장가치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결제금액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들을 발급받을 수 있다. 동일한 금액을 결제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대체로 더 많이 쌓을 수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추후 가능한 시점이 오면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비교한 합리적 전환율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3년 초 마일리지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개편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