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부산 지역사회의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에 거점을 둔 저비용항공사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이후 출범이 예고된 ‘통합 LCC’의 일원이다.
 
통합 LCC 출범도 가시화,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 부산에서 거세져

▲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가 지난달 29일 출범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으로 통합 LCC 출범도 가시권에 들어오자 부산 지역사회는 에어부산의 통합을 반대하고 분리매각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 부산지역의 시민단체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은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에어부산 죽이기’이다”며 “국가균형발전의 측면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부산시의회와 시민단체가 뭉쳐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를 출범했다. 이들은 ‘분리매각 100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데 향후 양대 정당에 분리매각을 총선 공약에 채택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에어부산의 주주인 부산기업들도 힘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에어부산 지분 인수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지자체도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산학협력 사업을 비롯해 신규 장비 도입, 일자리 창출, 여행상품 개발, 마케팅비 지원 등 부산지역 거점항공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방안이 담긴 조례를 하반기 제정할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해 12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재촉하기도 했다.

분리매각을 주장하는 측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지역항공사가 통합으로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9년 개장할 가덕도신공항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부산을 거점으로 둔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 지역사회는 그동안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러한 목소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가까워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일본 경쟁당국은 지난달 31일 양대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통합 항공사가 운영하는 한일 노선 7곳에서 슬롯을 양도하는 조건이 덧붙여졌다.

분리매각을 주장하는 측은 이번 승인이 에어부산에 득이 될 일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통합 항공사가 내놓을 부산~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등 노선의 슬롯이 결국 경쟁사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부산~일본 노선 1위인 에어부산이지만 경쟁자의 체급이 커지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다.  

분리매각론자들은 통합 LCC의 출범 계획으로 인해 에어부산이 그동안 김해공항 국제선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국토교통부로부터 2년 연속으로 신규 국제선 운수권을 받지 못했다.

부산 지역의 분리매각 요구에도 대한항공의 저비용항공사 3사 통합 의사는 확고하다.

앞서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2022년 6월 통합 LCC를 진에어 브랜드로 운영하고 거점을 인천공항에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3년들어 3분기까지 에어부산의 누적 영업이익률은 19.4%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알짜 계열사를 놓칠리가 없다.

에어부산이 빠진다면 국내 LCC 1위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저비용항공사들의 여객기 기단 규모를 살펴보면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이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을 합치는 것으로는 제주항공(40대), 티웨이항공 (30대)에 우위를 가져올 수 없다.

분리매각 요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주체로 나서겠다는 부산 지역기반 기업들의 자금력도 그리 높지 않은데다가 기체수급·정비·재무지원 등 아시아나항공 의존도가 높은 에어부산의 사업구조상 분리매각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통합 LCC 출범도 가시화,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 부산에서 거세져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2022년 6월 언론인터뷰를 통해 통합 LCC의 브랜드를 진에어로, 거점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에어부산이 빠진다면 통합의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등 칼을 쥐지 않은 곳에서 나온 분리매각의 요구가 통할지는 의문이다”고 바라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유럽연합, 미국 등 2개 국가의 승인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마무리 지은 뒤 저비용항공사 3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다른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 3사의 기업결합 심사는 미국과 유럽 등 깐깐한 심사를 받고 있는 양대 항공사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합 LCC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중복 노선의 슬롯을 양도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