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전기차 배터리 ‘보릿고개’ 높아져, 공급 과잉에 트럼프 리스크도 부각

▲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홀란드 단독 공장 모습을 공식 유튜브에서 갈무리. 좌측에 증설 중인 제2공장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과잉 생산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사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일본언론이 보도했다. 

중저가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미국과 유럽 등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가운데 배터리 가격마저 떨어지고 있어 사업 확장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전기차 육성 정책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미국에 신규 배터리 생산공장을 다수 건설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각)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배터리 평균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13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1분기보다 가격이 33% 떨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조사기관 CRU그룹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의 2023년 배터리 생산량은 자국 내 수요의 2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2027년에는 중국 내 수요보다 4배 가까이 급증한다는 예상치도 나왔다. 

닛케이아시아는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공급 과잉의 여파로 원재료인 리튬 가격이 폭락해 배터리 가격에도 하방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가 집계하는 리튬 가격지수는 2023년 한 해 동안 81%가 떨어졌다. 

배터리 공급업체는 일반적으로 전기차 제조업체와 광물 시세와 배터리 판가를 연동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닛케이아시아는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재고자산의 가치 절하를 회계상 손해로 처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에 영향은 최소화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어 실제 수익에는 크게 영향을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G엔솔 전기차 배터리 ‘보릿고개’ 높아져, 공급 과잉에 트럼프 리스크도 부각

▲ 1월18일 CATL의 쩡위췬(曾毓群) 공동 창업자겸 회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발언하고 있다. CATL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서 갈무리. < CATL >

배터리 가격 하락에도 글로벌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은 미국과 유럽으로 적극 진출을 모색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고객사 확보 경쟁을 벌일 수 있다. 

2023년 11월 CATL은 유럽 완성차기업인 스텔란티스와 유럽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페인 등이 공장 부지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CATL은 미국 완성차기업인 포드와 미시간주에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고객사인 테슬라와도 미국에 공장을 신설할 수 있다는 보도가 2023년 3월에 나왔던 적이 있다. 

CATL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배터리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3원계(NCM) 배터리가 주력 상품인 LG에너지솔루션은 높은 가격이 고객사 확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도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사업에 변수라고 닛케이아시아는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보니 미국의 행정부 수반이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교체되면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1월3일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IRA를 백지화 할 가능성도 거론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전반이 침체될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월26일에 발표한 2023년 잠정 실적에 따르면 IRA로 미국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은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의 73.9% 규모다. 

GM과 같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구매하는 전기차 업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조절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에도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6일 실적 설명회에서 배터리 공급 과잉에 어떻게 대처할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객과 긴밀히 협의해 투자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 부사장의 발언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능력 증대 계획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