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최대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실적 기록을 쓰고 있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선 올해 현대차와 기아가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 자동차 시장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세계 전기차 수요 위축 속에서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어, 현대차·기아가 고수익 기조를 이어가는 데는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은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2023년보다 4.1% 소폭 증가한 9477만 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2022년 대비 글로벌 자동차시장 성장률은 8.5%였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권역은 작년 금리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며 전년 대비 성장률이 3.8%로 서유럽(9.4%)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측됐다.
또 현대차그룹이 두 번째로 많은 차를 판매하는 한국의 올해 자동차시장 규모는 171만 대로 2023년보다 1.7%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대기 수요 감소 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하이브리드차만 따로 보면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작년 1년 동안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는 30만9164대가 판매돼 전년보다 판매량이 46.3% 급증했다. 2022년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021년보다 1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2022년 국내에서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이 63.8%에 달했던 전기차는 2023년에 1.1%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여전히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충전할 필요가 없는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세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데이터분석 및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2020년 이후 2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데이터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시장을 놓고도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20%, 향후 5년 동안 7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KAMA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얼리어답터 중심 전기차 초기수요 소진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율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1년 51.5%에서 2022년 12.7%로 떨어졌다가 작년 1~9월엔 38.3%로 급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합산 20조794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역대 1~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처음으로 합산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기존 최고 합산 영업이익인 2022년 17조529억 원을 단 3개 분기 만에 넘어섰다. 증권업계에선 작년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27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황이 둔화하는 가운데 고수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가 절실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를 만들어 온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서는 전기차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에 도달할 만큼의 수요가 형성되지 못한 만큼 대당 이익률은 한 자릿수 초중반 대에 그친다.
반면 하이브리드차에서는 내연기관차보다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브리드차 생산 과정에선 전력제어 시스템과 소용량 배터리 등 제조 원가 기준으로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대당 약 300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500만 원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구매 고객들은 고사양 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하이브리드차의 수익성은 최근 더욱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는 특히 잠재 전기차 수요자들의 회귀로 인해 높은 옵션 구성율을 보이고 있어 모든 트림에서 하이브리드차의 마진이 가장 높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자동차시장 추세를 고려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더 늘리고 있다.
기아는 작년 말 출시한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에 기존에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데 이어 내년엔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해 온 소형 SUV 셀토스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기아는 이미 준대형 SUV 모하비와 셀토스를 제외한 모든 내연기관 RV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도 2025년 출시할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 풀체인지 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 역시 팰리세이드와 위탁생산하는 경차 캐스퍼, 신흥시장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베뉴를 제외한 모든 승용차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췄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다양한 지역에서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연결 마진을 상회하는 수익성이 기대된다"며 "전기차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반사 수혜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개선되고 있어 전동화 포트폴리오 구축이 완성된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아쉽지 않다"고 봤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11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년보다 32% 증가한 76만7천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이 다시 타오르는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인기에 올라타 올해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더욱 늘리며 역대급으로 다진 이익체력을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10년 이상 꾸준히 발전시켜 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당분간 이어질 글로벌 친환경차 경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