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계 반도체 성장기 돌아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잠재력 시험대

▲ 2024년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차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시장 조사기관의 예측이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적용한 서버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전 세계 반도체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딛고 본격적인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도 실적 회복 기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신산업 분야 성장에 온전한 수혜를 볼 수 있을지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시장 조사기관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반도체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40% 이상 줄었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이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특히 메모리반도체에 영업이익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비교적 큰 타격을 받았다. 2023년 반도체사업에서 큰 폭의 연간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IDC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반도체시장 매출 총합은 전년 대비 2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반도체기업에도 실적 회복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IDC는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안정화되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 자동차 등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장기간 안정적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과 자동차 시장, 그리고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자동차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고도화되며 본격적으로 다양한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 기술 탑재가 스마트폰과 PC,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확산되며 소비자들에 대중화되는 시기도 2024년을 기점으로 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졌다.

이러한 인공지능 서비스는 기술 개발 및 운영을 담당하는 기업들의 서버 및 슈퍼컴퓨터 투자 확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판매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IDC는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혁신적 신기술이 꾸준히 개발되며 소비자용 제품과 기업용 데이터서버 분야에서 모두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2024년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수혜는 주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분야 수요에 대응 능력을 갖춘 기업들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평가할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2024년 세계 반도체 성장기 돌아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잠재력 시험대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참고용 사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동차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욜(Yole)그룹에 따르면 2022년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준 미국 마이크론이 4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3% 안팎으로 뒤를 이었고 SK하이닉스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IDC의 예상대로 차량용 반도체시장이 2024년부터 가파른 성장기에 진입한다면 수혜는 한국 반도체기업이 아닌 마이크론에 집중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량용 반도체 고객사들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 성장세에 올라탈 수 있을지가 2024년에 판가름날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규격의 고대역 메모리, 대용량 메모리 등을 앞세워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선두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HBM3e 등 최신 규격 반도체를 한국 경쟁사보다 먼저 선보이며 엔비디아 등 주요 인공지능 반도체기업의 수요 선점을 노리는 만큼 우위를 안심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추격을 꺾고 인공지능 분야의 고사양 메모리 수요를 지켜낼 수 있을지가 자연히 2024년 반도체시장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가동률 상승도 2024년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을 이끌어갈 중요한 요소로 지목됐다.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의 반도체 공급 물량이 2023년 들어 급감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 관련 고객사를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고객사 물량 수주에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2024년부터 이를 통해 확실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DC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세에 올라 2023년의 침체기에서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다”며 “새로운 성장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